대학원생 공부하기-오지랖 고나리질

이게 과연 득일까 실일까, 이런 걸 따지는 걸 보면 빡빡한 삶이구나

by 인유당

전형적인 한국인 아줌마가 되기 전에도

나는 오지라퍼의 기질이 있었다

남들의 어려움을 못 지나치고

도와준다고 할 수도 있고

참견을 많이 하는 편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남들에게 무얼 설명할 때

세세하고 말이 길어져서

정작 핵심은 흩어지고 방향성을 잃기 십상이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공부는 다 같이 도와가며 하는 거라는 '도반'론을 펴신다.

그러면서 내게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라며

교수님의 논문지도 자리에 부르신다

그리고 이 일 저 일 봐주라고 당부하신다

그냥 하시는 말씀일 수도 있는데 지나치지 못하고 정말로 이것저것 봐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보다 애쓰게 된다. 성격이다.


그런데 이런 데서 말을 꺼내는 이유는 이게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닐까

혹은 내가 손해 보는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랄까

나도 계산이란 걸 인간관계에서 하기 시작했다

손해 보고는 살기 싫어졌다

나를 유지해 온 '선함'이 적어도 이 생에서 보상받고 싶다

아니 보상받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밑지는 장사는 하기 싫다


누군가 글, 발표문, 논문 등을 쓰는 과정에서 봐달라고 하면

꼭 시간을 내어 오타 든 내용이든 보고 피드백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논문 쓸 때 봐준 사람 것만(일종의 상부상조, 두레....) 봐준다

문자와 텍스트 글들에 치여살기에, 문자 덩어리 보는 일이 쉽지 않다. 지친다.....

(내 연구도 힘들다)



사례 1) 학회에서 발표하는 분의 글을 봐드렸다.

같이 글 봐주는 사람이 없는지, 일정이 빠듯한데 raw 했다.

설마 하며 빠진 부분을 내가 아는 한도 내지만 코멘트 달아드렸다.

정말로 글 봐주는 다른 동료가 없나 보다....

박사 수준의 글을, 겨우 석사 마친 내가 보고 지적질할게 산더미라니.....


사례 2) 작년에 같이 세미나하며 석사논문을 쓴 선생님들이 무사히 논문통과해서 졸업을 했다.

그들의 글이 논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건 나의 성장이고 즐거움이었다.

그들의 글을 봐주며 내가 논문을 쓰던 과거, 그리고 앞으로 쓸 내 논문 과정을 씨뮬레이션 하는 건 참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라고 지도교수님은 석사 2학기차부터 이미 졸업한 나까지 모두를 함께 공부시켰는지도 모른다.


사례 3) 그렇게 이제 석사논문 쓰기에 돌입해야 하는 강 선생님이 2학기 9월부터 어떻게 되느냐고 물음이 왔다.

시간 조율, 교수님과의 연락 등을 맡고 있는 어쩌다 우리 지도교수님 '세미나'의 총무 비스무레 한 셈이다.

내 성격에 맞는 일이기는 하나


과연 이게 실리에 맞을까

지도교수님의 입맛에 맞게 일 잘하는 사람인 것과

학문적 성과와 실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지 않을까


인생을 길게 보면 베푼 대로 돌아오지만

인생을 길게 보기에는 내 인생이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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