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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Oct 24. 2023

뭐도 되지 못하고 짐이 되고 있다

뭐도 되지 못하고 짐이 되고 있다

<뭐라도 되겠지>라는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가 있다. 그 에세이에서 아래 구절이 인상 깊었고 늘 어딘가에 가서 누가 되거나 폐가 되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얼마 전 내게 민폐 끼치려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면서 실은 '자기본위'의 생각만 하는 아주 개인주의적인 사람이며 본인 기준으로 민폐여부를 정한다고도 했다. 그럴까, 내가 그렇게 내 생각밖에 못하는 사람인 걸까. 잠시 반성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추성훈 선수가 운동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파일럿이나 화가, 발명가가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진행자 유재석이 김동현 선수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김동현 선수는 운동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뭐가 되었을 거 같아요?"
 김동현 선수가 대답했다.
"집에, 아마 짐이 되었을 거예요."
 진행자나 게스트는 크게 웃지 않았는데 나는 보다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웃기지만 슬프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집 한 구석에 아무 말 없이 짐짝처럼 구겨져 있는 커다란 덩치의 슬픈 김동현 선수 얼굴이 떠올라 미친 듯이 웃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뭐라도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김동현 선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72-73


나는 짐이 되고 있다. 갈수록 자책이 심해진다. 어떻게 내가 나를 구해낼 수 있을까. 나의 단점은 도드라지고 내가 던진 화살이 내게 돌아오고 있다. 내가 그동안 했던 많은 잘못들을 참회할 만큼 나는 상황이 좋지 않다.

우울, 무기력이 병일까, 기질일까, 생각의 패턴일까. 알 수 없다. 잘 마무리가 되길 바라고 내가 나를 지금 이 상황에서 구원해 주길, 그래도 내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나를 안전하고 편안하고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욕심이었다. 그리고 바람이었다. 전업주부로 있다 보면 직장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내게 숨은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나이가 이렇게 많아도 그러하다. 인간의 기본 속성이거나 아니면 나란 인간의 특성이거나. 포기할 만도 하건만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해보았다. 이만큼 시도한 나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해야 하고, 해봤으니까 후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내 상처가 너무 크다. 마음에 입은. 나는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고 쉽게 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늘 마음에 두어야 하나보다. 여러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못할 짓이란 말인가. 어디에서 멈추었어야 할까. 내 몸이 내 마음이 모두 복구하기 힘든, 회복하기 힘든 상태에 다다를 때까지... 내가 이렇게 급격하게 나빠질 줄 몰랐다. 이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임도 몰랐다. 내가 나를 너무 모른다. 아니, 약한 것을 알기에 더더욱 강해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건가. 

유튜브에서 일타 사탐강사 이지영의 영상을 보았다. 중학교 때 자살하려고 옥상에 올라간 에피소드였다. 죽고 싶었는데, 그건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너무나도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독하게 공부를 했다고.....

잘하고 싶어서 잘되고 싶어서 욕심과 욕망이 너무 커서
내가 자초한 일이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

도중에 그만두더라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맞는 일인 거에요라고 생각하세요.

격려만큼 위로 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인복은 넘치는 날들이다.

내가 한 이 만행을 어쩔 것인가. 어떻게 갚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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