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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Nov 10. 2023

일상의 기적

고만고만한 하루하루

장기하 노래를 들을 때면 모르던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될 때가 많다. 

"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가사대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이다. 이를 듣는 사람은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고,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테고,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지 못할 테고, 절대로 믿고 싶지 않으며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라게 될 거다.


 요즘, 평범하고 평범했던 그래서 재미없고 밋밋해 보이는 일상을 영위해 나갔던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이며 사치였는지를 절감했다. 새삼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 출근해 일하면서 내내, 나의 그 밋밋했던, 큰 줄기 외에는(학교 수업에 출석하는 일) 내 생활을 영위하던 그날들이 못내 그리웠다. 그것을 나는 자유라고 불렀다. 자유가 그리웠다. 그리고 결국 두어 달 만에(두 달이고, 후임으로 선발된 사람의 서류절차를 위해 며칠을 더 출근했지만, 이젠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된다, 며칠일 뿐이다라는 사실은 꽤 힘이 되고 유쾌했다) 나는 다시 일상을 되찾았다.


 일을 위한 체력을 기르는 게 아니라, 공부를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별도봉과 사라봉을 한 세트로 묶었다. 5킬로가 나왔다. 적절하다.


 천 원의 아침밥은 대단한 유혹이다. 천 원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것, 큰 행복이다. 8시 30분에는 밥을 받을 수 있도록 집에서 7시 40분에 나왔다. 운동하고 밥 먹고 도서관에 자리 잡고...... 정말.... 이런 일상을 내가 이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얼마 전 회향한다고 축원문을 보내라는 문자를 받았다. 거기에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주세요...라고 했다. 이제 더불어 붙인다면, 일상을 별일 없이 이어가게 해 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의 간절함. 이런 밋밋하고 별일 없는 일상이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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