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내게 있었던 일 중 비중있는 건,
외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가 되었고
그 혜택을 3대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녀인 나도 곧 심사를 거쳐 번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이야기를 전해듣고 내가 한 첫마디는
나 국가유공자 전형으로 대학 갈거야~~~ 였다.(대학원 아니고 대학!)
알아봐야겠지만 대학 수업료도 지원해준다하니, 나는 이제 사립대도 갈 수 있다.
(애들은 사립대 보내면서 나는 수업료 때문에 못가는 건 뭔데....)
그러니까 이제 나는 하고 싶은 공부나 대학이 있다면,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번 이 일을 계기로 나라 공무원들에 대해 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라에서 누락된 독립운동가들을 찾아, 국가에서 그 자녀들을 찾아 고지하고 이렇게 포상을 해주었다.
나는 한능검 2급을 땄다. 한국사 공부를 얼마전까지 했기 때문에 국사 교과서에서 본 역사의 현장이 생생하다. 며칠 전에는 [역사통일 세미나]수업시간에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읽고 1909년 당시의 정세와 독립운동이야기를 오래도록 했다. 책에만 있는 줄 알았던 그 일들에 우리 외할아버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다는 사실에 갑자기 국뽕이 차올랐다. 외할아버지는 그 일로 바로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고, 낙향하여 그냥 농사를 짓는 일 외에는 하실 수가 없었다.
원래 자녀들이 신청을 하는 건데, 그 자녀들은 본인들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고
오랜기간 아버지 원망만 하며 가난하게 살았다.
친일을 하셔서 잘 먹고 잘 살고 권력을 누리고 살았어도 되었겠지만
지금 나는 그냥 내가 그래도 뼈대있는 가문의 자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별 생각 없이 읽었는데, 올해의 책 Best 10에 들어가는 브라이언 클라스의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우연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에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일본유학을 가고 그래서 권력의 한자락을 잡아 잘먹고 잘 살았더라면
아마도 우리 엄마를 낳지 않으셨을수도 있다.
낳았더라도 엄마는 고등교육을 잘 받아 아마 신여성이 되어
대전촌구석에서 우리 아빠를 만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까, 나의 탄생은 외할아버지의 독립운동 그리고 퇴학. 낙향 정도부터의 시나리오부터가 시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