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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Apr 21. 2024

어깃장

내 잘못인가


어깃-장

/-기짱/-긷짱

 1. 짐짓 어기대는 행동. 

 2. 건축•토목   널판장 따위에 일그러지지 않게 대각선으로 붙인  띳장.                                                                                                                   

어기대다

[뜻]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못마땅한 말이나 짓으로 뻗대다.


 

말을 건네면 일단 어깃장을 부리고 본다. 아마 나를 싫어하나보다. 우리의 관계성은 의무, 의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냥 법적인 관계인가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섭섭하다. 서운하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해서 이것을 기록으로 남겨 곱씹는 게 무슨 득이 될까.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글은 기쁘고 즐거울 때 나오지 않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나온다. 그것의 치유효과를 바라고 글을 쓰는 걸까. 변명, 설명, 나의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서인가.

 관계회복을 위해,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마음을 위해 나름 애쓴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관계가 어그러져 있음이 불편해서라면, 아마 내 마음 편하려고 인 거겠지. 


 인천공항 사진이 필요하다. 23일에 출국하는 사람, 촌스럽지만 배웅을 나가서 찍을까 하다가(데이트 겸 같이 가면 좋지 아니한가) 28일에 출국 예정인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 인천공항 간판 나오게 찍은 사진, 그리고 가는 동선, 이용하는 서비스 장소마다, 대기실, 출국장.....  실은 더 필요하다. 더 많은 장소, 공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의 모든 사진이 있었으면 한다. 

 28일에 출국할 때, 사진을 좀 찍어주면 좋겠어, 당신 핸드폰은 사진기 기능도 좋고......라고 했다. 이 정도 되면, 사진이 왜 필요한지, 얼만큼 필요한지, 뭘 해주면 좋은지를 물어보는 게 정상적인 순서가 아닌가. 

 글쎄,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네...라고 하며 일단 거절의사를 밝힌다. 인천공항 간판이 나온 사진은 찍기 어려우니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밉쌍이다. 


 나라면 해준다. 성의껏 해준다. 기껏 한 부탁인데.....그 사람에게 성의 있게 말하려고 애쓴다. 내가 먼저 선톡한다. 그러나, 삐딱하게 나오고 내 마음을 늘 상하게 한다. 4월이다. 결기가 있었다. 무언가 바랬나 보다. 늘 그렇듯 말 한마디 없는 게 섭섭하다. 아직도 섭섭한 마음이 매번 있는 걸 보면, 나도 참 한심하다. 그 사람에게 뭘 바라는가. 그냥 나를 내 장소에 홀로 둬주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하면 안되나. 결국, 모든 것의 결론은 '내 잘못인가'(강은철의 노래제목, 1985년). 잊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있는 나를 내가 원망한다.  


나는 장소에 대한 아직 방향성을 잡지못한 애착이 있다. 여러 장소, 특히 공공장소, 제3의 장소라고 일컬어지는 곳들. 그런 곳들을 나름 정리해보려 한다. 그 1탄이 공항,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바탕으로 하려고 한다. 제목도 지어놓았다. 수업시간에는 도서관과 지역서점을 발표하려고 준비중이다. 그렇게 내가 사랑한 장소들, 스친 장소들, 나를 불러들이는 장소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후회한다. 뭐라고 답할지 예상하지 말고 말이라도 건네보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 단, 그가 거절해도 상처입지 말라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그냥 말이나 해보라고.......


예민한 사람이라는 제목이 붙은, 정신신경과 의사, 심리학자, 상담가들의 유튜브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추천 영상으로 좌악 떴다. 흥미를 끌기에 클릭해서 몇 편 봤다. 그 분류에 의하면 난 꽤 예민한 사람이고 그래서 사는 게 힘들고 생활이 어렵고 남들보다 불안한 채 지냈구나라고 나를 이해했다.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게 배우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했다. 내가 상대방에게 그럴 수 없다면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바라지 않으려고 애쓴다. 일종의 포기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배우자를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사람을 골랐고 내 스타일로 길들이지 못했다. 차라리 아예 혼자라면 기대도 바람도 없을 텐데, 그리고 이토록 큰 절망도 없을 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다. 크게 도움이 안 되는 파괴적인 생각이다. 


인천공항 사진을 구하려다 또 상처 입고 나가떨어진다. 집에 가야 한다. 1주일을 머문다. 그와 지낼 일이 벌써부터 힘겨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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