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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엉뚱한 사이즈의 신발이다.

다들 어떻게 견디는 거지?

by 선화

발목이 거칠게 부대끼고, 살갗을 무심하게 헤집는다. 그런 신발을 신고 내딛는 걸음은 더디고 비틀거리기 마련이며, 때로는 발목을 삐거나 속절없이 넘어지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삶을 감각하는 가장 날것의 경험이다.


그러다 가끔은 갑작스레 밀물이 휘몰아친다. 잔잔한 파도가 아니라, 심장을 후려치고 영혼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격정의 바다가, 우리를 덮친다. 도통 어디로 떠밀려갈지 가늠할 수 없다. 두려움이 심장을 휘감고, 한숨조차 벅찬 순간들이 이어진다. 차오른 바닷속에서 밤새 발버둥 친다. 어느덧 우리는 결국 헤엄치는 법을 배운다. 억눌린 발걸음을 벗어나 물살 속에서 몸을 맡기며, 공포는 비로소 자유가 된다.


헤엄치는 법을 알게 된 우리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간다. 컴컴했던 바다에 태양 빛이 덮인다. 아, 바다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신발을 벗어던져라, 결국 파도 위를 누비는 존재가 되어라. 바다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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