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는 여전히 서늘했다. 겨울이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정원은 회색빛이 감돌았고, 나무들은 아직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했다. 나는 마당을 천천히 걷다가 땅에 난 작은 틈을 발견했다.
그 사이로 연보랏빛 꽃 한 송이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제비꽃.
나는 조심스럽게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작고 둥근 꽃잎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이 작은 몸집의 꽃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피어났다는 것이 신기했다. 제비꽃은 화려하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꽃도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조용히 땅속에서 준비하고, 자신의 순간이 오면 피어난다.
이 꽃은 강하다. 길가에서도, 정원 한구석에서도, 심지어 바람이 거센 곳에서도 피어난다.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작지만 단단하게 살아간다. 나는 손끝으로 꽃잎을 살짝 만져보았다. 보드랍고 따뜻한 감촉. 마치 작은 용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것 같았다.
세상에는 기다려야만 피어나는 꽃이 있고, 어디서든 살아남아 꽃을 피우는 존재도 있다. 제비꽃은 후자였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꼭 특별해야만, 꼭 거창해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으로 꽃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연보랏빛 꽃잎은 조용히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있었다.
작지만, 그 자리에서 충분히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