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원은 겨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땅은 단단했고, 새벽이면 서리가 내렸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다.
땅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거기서 파란 꽃 한 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청노루귀.
아직 녹지 않은 얼음 틈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겨울의 차가움을 머금은 듯한 푸른빛이 선명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꽃을 어루만졌다. 마치 얼음 속에서 태어난 것처럼 차가운 줄 알았지만, 꽃잎은 예상보다 따뜻했다.
이 작은 꽃이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을까. 누구보다 먼저 겨울을 견디고, 자신이 피어날 순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숨죽이고 있다가, 드디어 세상에 나설 때가 온 것처럼.
나는 한참 동안 꽃을 바라보았다. 때로는 이렇게 견디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청노루귀는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겨울의 끝에서,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그 모습이 유독 애틋하게 느껴졌다.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잘 버텼구나. 이제 봄이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