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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이 길을 낸다"

by Camel

"작은 꽃이 길을 낸다"


늦겨울의 정원은 여전히 조용했다. 땅은 얼어 있었고, 가지들은 앙상했다. 따뜻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원은 아직 움츠러든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땅 위에서 작은 흰 꽃이 눈에 들어왔다.

변산바람꽃.

나는 조심스레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흙을 헤집고 나온 꽃잎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모든 것이 얼어붙은 계절 속에서도 이 작은 꽃은 혼자만의 길을 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변산바람꽃은 기다리는 꽃이 아니다. 겨울이 물러나길 가만히 바라보지 않는다. 눈이 녹으면 바로 움직이고, 바람이 차가워도 먼저 땅을 밀어낸다. 때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길을 만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땅을 밟았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떤 계절이 오길 기다리기만 했던 건 아닐까? 누군가 다져놓은 길을 따라가려 했던 건 아닐까?

작은 꽃 하나가 길을 내는 걸 보며, 나도 결심했다.

기다리기보다, 나도 내 길을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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