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겨울이 끝나가는 듯하면서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 듯한 날씨. 정원을 돌며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나무들을 살펴보는데, 저쪽에서 희미한 노란빛이 스쳤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생강나무꽃이 피어 있었다.
찬 바람 속에서도 가지 끝마다 작은 노란 꽃들이 모여 피어 있었다. 아직 주변은 겨울의 색을 머금고 있는데, 생강나무는 먼저 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살짝 만져보았다. 작고 둥근 꽃송이들이 모여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눈을 감고 코끝에 가져가니, 은은하고도 상큼한 향기가 퍼졌다. 향을 맡는 순간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생강나무 가지를 꺾어 차를 끓여 주시던 날. 작은 머그잔에서 피어오르던 연기 속으로 생강나무의 향이 스며들었다. 어머니는 그 향을 맡으며 말했다.
"이 향이 나기 시작하면, 봄이 오는 거란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냥 겨울이 가고 따뜻한 계절이 오는 것이려니 했다. 하지만 지금, 이 노란 꽃을 마주하며 어머니의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봄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게 아니라, 그 계절을 기다려온 존재들이 먼저 피어나 알려주는 것이었다. 생강나무꽃이, 바람이, 햇살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
"응, 나도 알아. 곧 봄이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