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보석들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주방에서의 달그락거림. 늘 보던 풍경이건만, 오늘따라 유난히 정겹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빠의 발걸음 소리, 동생의 아침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 그리고 식탁에 올라오는 따뜻한 된장찌개의 김이 모여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아침을 만든다.
"밥 먹고 가!"
현관문을 나서려는 발걸음을 붙잡는 엄마의 말씀은 언제나 같다. 바쁘다며 거절해도, 결국 식탁 앞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 우리.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는 아빠의 모습은 어릴 적 보던 그대로다. 동생은 여전히 김치를 골라내려 하고, 엄마는 그런 동생 그릇에 슬며시 반찬을 더해주신다.
퇴근 후의 저녁 시간은 우리 가족의 작은 축제다. 각자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한숨 쉬며 서로의 일상을 나눈다. 아빠는 회사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를, 엄마는 시장에서 만난 이웃들 소식을, 동생은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밥숟가락 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뒤섞여 평범하지만 특별한 우리만의 저녁 식사가 완성된다.
주말이면 더욱 특별해진다. 늦잠 자는 동생 대신 아빠와 함께 장을 보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카트를 끌며 이것저것 고르는 동안, 아빠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때로는 더 싼 곳을 아신다며 다른 마트로 향하기도 하고, 가끔은 군것질거리를 사주시며 여전히 나를 어린애 대하듯 하신다.
엄마의 청소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주말 아침이면, 달콤한 커피 향이 집 안 가득하다. TV에서는 늘 보던 예능 프로가 흘러나오고, 동생은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나는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며 엄마와 작은 대화를 나눈다. 늘 똑같아 보이는 이 순간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역사가 되어간다.
때로는 서로 다투기도 한다. 동생과는 리모컨 하나를 두고도 실랑이를 벌이고, 부모님의 잔소리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화해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것 또한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모습이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것이 이런 일상의 순간들이다. 부모님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동생이 조금씩 어른스러워지는 모습을 보며, 문득 지금 이 순간들을 더 소중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력은 변하고, 계절은 바뀌어도 우리 가족의 일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매일 반복되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가 조금씩 다른, 그렇게 우리는 함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식탁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주말 아침 늦잠을 자고, 때로는 다투다가도 금세 웃음 짓는 이 평범한 순간들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같은 시간이 아닐까.
창밖으로 석양이 물들 때면, 나는 문득 생각한다. 오늘도 무사히 저녁 식탁에 모일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 선물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