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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할머니의 품속으로

by Camel

# 그리운 할머니의 품속으로


아이였던 내가 여름방학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던 곳, 할머니 댁.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멀리서도 보이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생생해요. 세월이 흘러 까만 머리가 하얗게 변해가는 동안에도, 늘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우리 할머니.


"우리 강아지 왔구나~"

주름진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반겨주시던 할머니. 내가 올 때마다 다정히 불러주시던 그 말씀은 중학생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으셨어요. 쑥스럽기도 했지만, 그 말씀 속에 담긴 따스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답니다.


할머니는 늘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계셨어요. 내가 좋아한다며 김치찌개를 끓여주시고, 텃밭에서 직접 기른 상추로 쌈을 싸주시던 손길이 지금도 생생해요. 할머니의 음식은 세상 어떤 맛집보다도 맛있었답니다.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겠죠.


더운 여름날이면 마당 한켠의 평상에 앉아 수박을 썰어주시곤 했어요. 달달한 수박 향이 코끝을 스치면 어느새 동네 아이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답니다. 할머니는 늘 넉넉히 썰어주시며 이웃과 나누는 기쁨을 보여주셨어요.


밤이면 모기장 친 방에서 나란히 누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셨답니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 우리 아빠가 어릴 적 이야기, 마을의 옛이야기까지. 그 소중한 이야기들은 내게 역사책보다 더 생생한 산 교육이었어요. 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면, 그날 밤은 늘 포근한 꿈나라로 이어졌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와 보낸 그 시간들이 내 삶의 가장 예쁜 보물이 되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요즘, 문득문득 할머니가 너무나도 그리워요. 할머니의 사랑으로 가득했던 그 순간들이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거예요.


세월이 흘러 이제는 제가 할머니가 되어 손주들을 맞이하게 될 날이 올 거예요. 그때는 저도 할머니처럼 따뜻한 사랑을 전해줄 수 있을까요? 할머니께 배운 그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저도 실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지금도 가끔 꿈에서 할머니를 뵙곤 해요. 늘 그때처럼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할머니. 꿈에서 깨고 나면 가슴 한켠이 아려오지만, 그 미소는 여전히 제 삶의 따스한 등불이 되어주고 있어요. 할머니의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선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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