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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비추는 외로움의 노래

by Camel

창밖에 비추는 외로움의 노래


어둠이 내려앉은 창가에 앉아있다.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니, 도시의 불빛들이 반짝이며 춤추는 것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수많은 창문들, 그 속에 깃든 각자의 이야기가 별처럼 빛나고 있다.


저 불빛 하나는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학생의 것일까. 책상 앞에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청춘의 이야기. 옆집의 따스한 불빛은 아이를 재우는 엄마의 자장가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건너편 사무실의 푸른 빛은 마감에 쫓기는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비추고 있겠지.


간혹 꺼졌다 켜지는 불빛들은 마치 도시의 숨소리 같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오르고, 또 누군가는 이제 하루를 시작한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이의 발걸음도, 새벽 출근길에 오르는 이의 하품도, 모두가 이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가끔은 이렇게 홀로 있는 시간이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창밖의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 불빛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내 방의 불빛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일 테니.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차가운 유리창을 타고 내 마음에 스며든다.


저 멀리 번화가의 화려한 네온사인도, 골목 어딘가의 작은 창문 불빛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때로는 밝게, 때로는 희미하게. 하지만 그 모든 불빛이 모여 우리 도시의 밤하늘을 수놓는다. 마치 우리 모두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드는 것처럼.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깨닫는다. 나의 외로움도 누군가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빛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외로움은 우리를 더 빛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밤이 깊어갈수록 불빛들은 하나둘 잠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일이 되면 또다시 이 도시는 수많은 이야기로 반짝일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작은 불빛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는 걸.


차가운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본다. 이제는 외롭지 않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불빛이 되어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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