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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완성되는 한 잔의 커피

by Camel

혼자서도 완성되는 한 잔의 커피


작은 테이블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는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내린 커피의 향이 고요한 공간을 채워가는 이 순간, 나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검은 커피 표면에 비치는 창가의 빛이 일렁인다. 아무도 없는 이 시간,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마치 작은 안개처럼 피어올라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간혹 지나가는 발걸음 소리마저 멀게만 느껴진다.


천천히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신다. 쓴맛이 혀끝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정신이 선명해진다. 이 쓴맛이 주는 각성은 마치 나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주문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


커피잔을 양손으로 감싸 쥐면 전해지는 따스함이 좋다.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하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걸음을 그려보는 사색의 시간.


마지막 한 모금을 남기고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잔 바닥에 남은 찌꺼기처럼 마음 한켠에 쌓여있던 근심들도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다. 때로는 말없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되는 순간이 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내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이 고요한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사치가 아닐까.


잔에 남은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킨다. 쓴맛 뒤에 남는 미세한 단맛이 입 안에 머문다. 혼자여도 괜찮아. 이렇게 나를 돌아보고 위로하는 시간이 있으니까. 때로는 홀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그 어떤 대화보다 깊은 위안이 되어준다.


커피잔을 비우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조금 더 선명해진 생각으로 걸음을 뗄 수 있을 것 같다. 혼자만의 커피 시간이 선물해준 작은 휴식과 깨달음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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