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화려한 새장 안에서

by Camel

# 화려한 새장 안에서

image_fx_ (3).jpg


오늘도 높은 빌딩의 창문 너머로 해가 졌다. 내 책상 위에는 승진 축하 꽃다발이 놓여있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만한 직함, 안정적인 수입, 그럴듯한 명함.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데, 왜 이토록 가슴 한켠이 텅 비어 있는 걸까.


어릴 적부터 나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사다리를 열심히 올라왔다. 좋은 학교, 좋은 회사, 높은 연봉... 사회가 정의한 성공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 사다리의 꽤 높은 곳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라올수록 더 큰 공허함이 찾아왔다.


주말이면 SNS에 올릴 만한 '인생샷'을 찍으러 유명 카페를 찾는다. 비싼 음식을 먹고, 럭셔리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화려한 포장 속에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그저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늘을 나는 종이비행기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며 까르르 웃었다. 언제부터 행복이 이토록 복잡한 방정식이 되어버린 걸까.


주변을 둘러보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들. 우리는 마치 화려한 새장 속의 새처럼, 안락함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것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마침내 이루었을 때 오히려 더 큰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거였을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이 깊은 밤 나를 찾아온다.


요즘은 조금씩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화려한 레스토랑 대신 골목 안 작은 밥집에서 혼밥을 하고, SNS에 올리지 않을 사진들을 찍는다.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업무 이야기 대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 때면 어쩐지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진다.


어쩌면 성공과 행복은 동심원의 관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겹치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나만의 균형점을 찾는 것. 사회가 정의한 성공만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찾아가는 것.


이제는 안다.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란 단순히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용기에 있다는 것을. 때로는 사회가 그려놓은 틀을 벗어나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이 화려한 새장 안에서 자유를 꿈꾼다. 그리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새장 문을 열어보려 한다. 그곳에 진정한 나의 행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시계 바늘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