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에 벌어졌던 사건은 일주일을 걸쳐 오늘에서야 대단원의 막을 내린 기분이다.
예상치 못한 일로 갑작스레 손절을 당해 당황하고 분하고 억울하고 짜증 나고 온갖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건강마저 나빠졌다.
하지만 어제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쩌면 나는 관계가 어그러졌다는 사실보다, 내 인성이 나쁘게 평가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을 받은 게 맞긴 맞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자존심 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딱히 미안하지 않았다.
뭐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반응하나 당황스러웠다고 하는 게 맞겠지.
자책은 그 다음문제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음악을 듣다가 어느 노래에서 귀가 멈춰 섰다.
내 마음 그대로를 가사에 담고 있었다.
내 앞가림하기에도 난 충분히 바빠
난 나를 속여가면서 바뀌고 싶진 않아
너 아니어도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 많아
I'm not sorry
머릿속엔 언제나 Only me myself and I
Don't worry
철없게 살아도 어쩌겠어 I'm the only one
미안해
하나도 하나도 아무것도 미안하지가 않아서
그저 나답게 살아가고픈 것뿐
- NOT SORRY, 이영지 -
사실 그랬다.
그 친구, 아니 그 사람이 자기 분에 못 이겨 못된 말을 잔뜩 쏟길래 미안하다 냉큼 사과한 날도 나는 내가 할 일을 실컷 했다.
마음은 불편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일상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마 정말로 진심으로 미안했다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겠지.
나 스스로도 별로 미안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내 실수는 맞았지만, 나는 충분한 사과를 했고, 받는 쪽에서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면 내가 할 일은 더 없다.
계속 사과한다고 그의 분이 풀린다거나, 관계가 회복될 겨를이 보였다면 모를까 일말의 가능성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나 혼자 스스로를 탓하며 쭈그러져 있을 필요는 전혀 없는 거였다.
떠난 사람은 그냥 떠나게 두고 나는 또 돌아서 내 길을 가면 된다.
앞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받아들일 사람은 남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저 놓아준다.
내가 어떻게 표현하든, 내 의도가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 닫혀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를 그렇게 매도하고 떠난 사람을 조금은 원망하고 동정하면서, 그렇게 나도 먼지를 털듯 그를 털고 간다.
지난 일주일은 망쳤지만, 앞으로의 수많은 일주일들은 망가지지 않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