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되고서 취미생활에 그다지 열을 내지 않게 되었다.
퇴사 전엔 어떻게든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개인시간을 만들어서 꾸역꾸역 사부작거리곤 했었는데.
창작을 업으로 삼고 돈을 벌기 시작하자 딱히 그 외에 무언갈 더 만들어내야겠단 생각을 안 하게 된 것 같다.
하루종일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일이라서 그렇겠지.
그러다 보니 일과 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아이가 잠들면 내가 자기 전까지 또 일하곤 한다.
근데 딱히 이게 억지로 해야 되고, 돈 벌려면 해야 되고 그런 느낌은 또 아니다.
하는 만큼 내 것이 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그런 일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까지 버는 게 너무 대단하다며 추켜세워주는 친구들이 많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늘 대답해 주며 응원해 주지만,
난 너처럼 재능이 없어, 난 그다지 하고 싶은 게 없어
하는 기운 빠지는 답변들이 돌아올 뿐이었다.
언젠간 그 메아리에 지혜롭게 응하게 될 날이 올까.
모두가 다 나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내 길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다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고, 견디기엔 너무 역겨운 일들을 겪었고, 늘어져 있기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았기에.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에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그렇게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데 팔꿈치가 아파 많이 우울한 요즘이다.
신경이 뼈 밑으로 지나가 자꾸 눌리고 붓는 증상인데, 심해지면 신경을 옮겨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흉터가 조금 큰 것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 수술이라고 하지만 아직 몸에 칼을 대본적이 한 번도 없을뿐더러 혹시라도 잘못되어 지금 하는 일도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에 겁을 집어먹고 조금 우울하다.
지금 정도의 상태는 아직 수술할 단계는 아니라고, 좀 더 치료해 보며 지켜보자고 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통증이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신경이 더 상하기 전에 미리 수술을 해서 그냥 마음 편히 많이 일하고 싶은데, 나는 아직 해야 할 일도 하고픈 일도 너무 많은데.
왜 산을 넘으면 또 산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 수술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겠지.
최근 원래 작업하던 분야를 정리하고 다른 분야의 작업을 시작했다. nft 발행도 그 일환이다.
프리랜서가 되어 자리를 잡은 분야는 사실 내가 원래 하려던 일과는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다만 돈이 되고, 나는 돈이 필요했기에.
다행히도 내 작품의 분위기와 감각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 지금은 꽤 팬층이 생겼다.
그런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으로 나가보려고 한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 조금 겁나기도 하지만.
나에게 몇 달의 시간만 주면 다시 한번 더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아니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몇 번이든 또 해낼 수 있다.
한 번에 대박이 나는 길은 결코 없다. 만약 생긴다면 그것은 아마 그동안 흩뿌린 무수한 실패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리라.
그렇게 많은 일들과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들로, 쉬고 싶어도 쉬는 게 뭔지 잊은 사람처럼 지내는 요즘.
가만히 넋 놓고 있는 것조차 비효율 적으로 느껴져서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