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초6, 중1, 중2

머리 스타일이 덥수룩해지고,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이 어두워짐

by 동네줌마쓰리

“너네 자르기는 한 거야?”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형이 다듬어만 달라니까 나까지 그렇게 해주던데.”

“머리를 팍 쳐야지. 그게 뭐야?”

“요즘 우리 반 애들 보면 나는 긴 것도 아니야.”


첫째도 둘째도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는데 옆이 덥수룩하다.


심지어 머리숱이 많은 둘째는 헬멧을 쓴 것 같아서 움켜쥐면 벗겨질 것 같다.


꼭지만 달아주면 도토리 모자 쓴 것처럼도 보인다.


누가 나에게 사춘기는 뭔가요 물어보면, 나는 머리 스타일이 덥수룩해지고,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이 어두워짐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 아들 둘 증상이 딱 그렇다.


사춘기가 오기 전에는 엄마 마음대로 단정하고 짧은 머리 스타일로 이발을 할 수 있었는데, 사춘기가 오니까 다듬는 정도로만 머리카락을 자르려 든다.


예전에 비해 말수는 줄어들었고 입을 열면 따지고 시비 거는 말투로 변했다.


웃는 것도 줄어들어서 표정이 진지하고 어두워졌다.


아! 하나 더 있다.


검은색이랑 회색 이외에는 입을 수 있는 색깔이 아니란다. 환장하겠다.


첫째가 도끼눈을 뜨고 따지기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말싸움을 하고 열불이 나서 빵집에서 판다는 신박한 막걸리 맛 셰이크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시며 동네를 배회했다.


화가 식을 때까지 걸어 다닌 것이다.


그때 뭐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래도 학원은 보내야 해서 밥은 먹이고 집을 나왔던 기억은 난다.


첫째가 두 시간 넘게 화를 내며 쪼아댔던 중학교 1학년 3월도 기억난다.


시간 맞춰서 선착순으로 신청해야 하는 동아리 수업을 내가 늦잠 자는 바람에 깨우지 못했고, 인원수 남아있는 원하지 않는 수업으로 신청했다고 화를 냈었다.


그렇지만 신청한 것이 정규수업도 아닌 동아리 수업이었고 두 시간 넘게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나도 맘이 많이 상했다.


엄마 실수에 그렇게까지 화를 낼 수 있다니 기가 막히더라.


자식 잘못 키웠다고 낙담하며 편의점에서 하이볼 레몬을 사다 마셨다.


생각해 보면 그날 늦잠을 잔 이유도 그 전날 첫째랑 무슨 이유에서인지 싸우다가 열을 받아서 맥주 한 캔 마시고 잠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첫째와 싸우고 술 마셨던 걸 자세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평소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사춘기를 둔 엄마들이 열받아서 술 마시고 운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이제 첫째가 중학교 2학년 되고 둘째가 중학교 1학년이 되자, 나는 매실액을 수시로 물에 타서 소화제처럼 마신다.


아들들이랑 같이 있다가 속이 답답해지거나 기가 빨릴 때가 많아서 마신다.


술은 더 이상 안 마신다.


속상할 때마다 술을 마셔대다가는 알코올중독에 걸릴 것이다.


자주 마실 수 있는 매실액이 좋다.


그리고 매실액은 부모님이 잘 체하는 나를 위해서 항상 챙겨 주시는 것이다.


아침에 머리 감기는 싫지만 물 묻혀서 열심히 빗질은 해대는, 비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가오를 온몸에 두르고서, 비 맞으며 거지꼴로 축구하는 낭만을 추구하는, 야성의 시절을 보내는 사춘기 아들들아.


나도 부모가 있단다.


너도 부모가 될 때를 생각해서 엄마한테 좀 잘해주지 않으련?


그래도 우리 집 아들들은 다른 집 아들들에 비하면 순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학교 그만둔다는 말도 안 하고, 친구들과 즐기느라 돈을 펑펑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길에서 큰 소리로 욕하거나, 형제끼리 몸싸움을 심하게 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시간이 좀 걸릴지언정 잘못을 저지른 후에는 “엄마, 미안해요” 카톡으로라도 사과해 준다.


주말 아침이었고 유튜브만 보고 뒹굴뒹굴하는 아들들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침 9시에 쫓아냈다.


임무 완료하면 오늘 하루 참견 안 하기로 약속하고서, 시민체육관에서 한 시간 이상 운동하고 마트에서 지정한 물건 사 오기를 시켰다.


“너 지금 더위 쉼터 안이지?”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가 울리잖아. 운동은 쪼금만 하고 더위 쉼터에서 시간 될 때까지 죽치고 앉아 있는 거 아니야? 핸드폰만 하고?”

“아냐. 자전거도 탔어. 사진도 보냈잖아.”

“또 뭐 했는데?”

“배드민턴.”

“진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까 내 말이 맞다.


그래. 그럴 나이지.


엄마가 시킨다고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하는 나이들은 아닌 것이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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