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먹이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면 된다
“엄마! 배고파! 밥 언제 줘?”
“니가 나한테 밥 맡겨놨냐?”
“밥 줘!”
내가 우리 애들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
애 키우는 거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배고프면 먹이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면 된다.
다만 우리 집 아들 둘은 너무 많이 먹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태어나면서부터 쭉 배고픈 상태였고 밥을 먹으면서도 다른 먹고 싶은 메뉴를 떠올린다.
꽉 채워 놓은 냉장고가 주말 지나면 텅텅 비고 모든 식재료는 대용량으로 구매한다.
남편과 나 보다 먹는 양이 더 많아서 삼시세끼 간식까지 365일 매 끼니 차리고 먹이고 치우는 게 일이다.
한창 식탐이 폭발할 때는 양 조절을 못 해서 토할 때까지 먹기도 했는데 그래도 잘 먹여 놓으면 별 불만들은 없다.
아니지. 없었다가 맞다.
사춘기가 시작되고 자아가 생기면서 식탐은 준 대신에, 싫어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들이 생겼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많이 먹고 싶어 한다.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던 아이들은 사라지고, 이건 내가 좋아하지 않는 건데 왜 했어? 어째서 동생만 좋아하는 거, 혹은 형만 좋아하는 걸 했어? 내가 싫어하는 줄 몰랐어? 상황이 복잡해졌다.
뭐든 배불리 양을 많이 줘야 했던 시절은 지나고 먹고 싶은 걸로 배부르게 먹여줘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형 다음은 동생 차례 번갈아 가며 먹고 싶은 걸 해주거나,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선택하거나, 아들 둘 싸우지 않게 하려고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카레는 첫째가 싫어하고 둘째는 좋아한다.
죽 종류는 첫째는 좋아하고 둘째가 싫어한다.
김밥은 첫째가 싫어하고 둘째는 좋아한다.
찜 종류는 첫째는 좋아하고 둘째가 싫어한다.
토스트를 만들 때 치즈를 빼주지 않으면 첫째가 시끄럽고, 케첩을 빼주지 않으면 둘째가 시끄럽다.
둘 다 좋아하는 삼겹살, 치킨, 햄버거, 피자, 튀김 분식류는 똑같은 접시에 똑같이 나눠줘야지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편애를 의심하며 엄마에 대한 서운함으로 형제간 다툼의 구실이 되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 게 많은지 항상 상대방 것이 더 크고 더 많다고 우긴다.
하기야. 태어나서 처음 수유할 때부터 만만치는 않았다.
둘째 안고 젖병 물릴 때 내 다리에 매달려 통곡하고 울어대던 첫째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젖병을 빼앗으려는 통에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둘째를 먹였다.
이제 막 돌이 지나서 말귀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첫째를 상대하느라 둘째 먹이는 시간이 지옥 같았다.
그때를 떠올리면 첫째 울어대는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어디 먹는 것만 그러겠는가?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아기가 태어나서 일 년 정도는 밤에 수시로 깨서 수유를 해줘야 하는데, 먹는 게 모유든 분유든 물 종류이니 배가 금방 꺼져서 몇 시간마다 한 번씩 먹을 것을 찾으며 울어댔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연년생 엄마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였다.
첫째를 일 년 정도 키워서 이유식도 먹게 되고 밤에 깨지 않고 잠들 수 있게 되니, 둘째가 태어나서 다시 일 년 더 잠들 수 없는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굶는 것보다 잠잘 수 없는 고통이 더 컸기에, 정말 힘들고 지쳐서 애들 예쁜 줄도 모르고 키웠던 것 같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무슨 계절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눈을 감고 잠들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다시는 눈 뜨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지나 모두 다 함께 잠들 수 있는 밤이 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