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배고파”, “아파”

배고프면 먹이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면 된다

by 동네줌마쓰리

지금은 혼자 자기들 방에서 잔다.


옆에 엄마가 없으면 잠 못 들던 꼬꼬마들이 아니다.


그래도 무서운 꿈을 꾸거나 아프면 내 옆으로 돌아온다.


혼자 잘 수도 있고 알약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플 때는 엄마가 돌봐줘야 하는 것이다.


사춘기가 돼서도 어른이 된다 해도 아프면 누군가가 돌봐줘야 하는 것은 평생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지금은 병원에 가서 자신의 증상을 말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어릴 때는 아이의 말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어서 엄마가 대신 설명해 줘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시간마다 열을 재고, 설사는 몇 번 했고, 어디가 아프다고 했는지 기억해야지, 제대로 된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우리 집 식탁 위에 항상 놓여있던 무수한 약봉지들.


애들이 가장 많이 걸린 질병은 감기였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든 건 장염이었다.


둘이 꼭 서로 전염시켜서 나란히 양쪽에서 분수토를 하거나 수시로 설사를 해댔다.


그럴 때는 기저귀를 갈다 보면 하루해가 저물곤 했는데, 기저귀만 갈다 인생이 끝날 것 같아서 설움에 복받칠 때는 울면서 기저귀를 갈았다.


부모 사정 봐주면서 한 명만 아프고 한 명은 건강한 상태로 있기보다, 나도 여기 있으니까, 쟤만 봐주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처럼 같이 아프고 같이 돌봄이 필요했다.


나는 한 명이었고, 애는 둘이었고, 남편은 전형적인 케이직장인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이 야근에 출장 중이고.


급할 때는 같은 동네에 사는 시댁에 도움을 청했다.


나는 시어머니가 없었으면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친정은 지방 중소 도시로 귀농한 직후라서 멀었고 친정엄마가 와서 육아를 도와줄 형편도 안 됐다.


친정 도움을 받으려면 내가 애 둘을 데리고 친정에서 지내는 수밖에 없었는데 사람이 할 짓이 못 되었다.


남편 해외 장기 출장 기간에 딱 한 번 시도해 봤다가 소아과 문제로 다시는 시도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차를 몰고 4시간은 가야 하는 중소 도시에는 아이들이 위급할 때 갈만한 소아과가 없었다.


평일에 이용할 수 있는 소아과가 세 군데 있긴 했지만,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아니셔서 주말에는 다 집으로 돌아간 상황이라, 주말에 의료 공백이 생겼다.


응급실 갈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수시로 응급상황이 생긴다.


세 군데 소아과가 문을 닫은 토요일에 갑자기 첫째한테 두드러기가 올라온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갈만한 곳은 가정의학과뿐이었기에 진료를 보고 처방받아 온 약을 먹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점점 몸에 발진이 퍼져가는 첫째를 태우고 4시간 걸려서 집으로 되돌아오던 때 느꼈던 공포는 말로 표현도 못 하겠다.


집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소아과의사의 진료를 보고 처방받은 약을 먹이고 나서야 첫째의 두드러기는 가라앉았다.


나는 그 이후로 절대 아이들을 데리고 장기간 친정에 머무르는 짓은 하지 않는다.


다들 출산율이 준다고 걱정하지만, 수도권만 벗어나도 소아과진료 보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데,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애를 낳고 싶겠는가?


어디 소아과만 필요할까? 아이 둘 키우면서 들렸던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치과, 정형외과, 종합병원, 대학병원, 응급실, 그 셀 수 없이 방문한 병원들.


병원비는 보험회사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받을 때도 있었지만, 그 병원들의 대기실에서 가슴 졸이며 보냈던 내 인생의 수많은 시간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아이 잘 키우라고 때마다 국가에서 해주는 영유아건강검진, 때마다 맞히라고 알려주는 예방접종, 때마다 나오는 장려금들이 있다.


아이를 낳으니 공제받는 부분도 크고 각종 혜택으로 세금을 돌려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혜택을 바라고 아이 낳아 키울 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 하나 키우는데 이렇게 많은 몸과 마음고생이 뒤따르는지, 애를 낳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래도 내 자식 키우는 거니까 불평하면 안 된다.


오늘도 나는 배고픈 아들 둘을 먹이고, 아프다면 병원에 데려갈 것이다.


그 간단한 일에 치여서 버거워하고 허덕이며.


그래. 애들이 좋아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부모가 좋아서 낳았으니, 너희가 나한테 밥 맡겨 놓은 것처럼 굴어도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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