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주 티켓으로 로텐부르크를 가다.

- 나를 찾는 여행의 시작 -

by 슈크림빵


민휀 중앙역, 오전 9시 29분,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고 첨엔 조금 어지럽더니 곧 적응이 되는 듯, 일상이었던 1층 대신 선택한 2층에서 내려다보는 view도 나름 괜찮았다. 역무원의 티켓 검사에 익숙한 유레일패스 대신 바이에른 티켓을 내밀어 본다.


바이에른 티켓은 주중 오전 9시 -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자정부터 사용 가능하며 바이에른주 내의 기차나 트램 이용이 가능한 지역 대중교통 티켓이며 최대 5인까지 이용 가능하며 1인당 25유로, 5인 기준 49유로로 인원수가 많아지면 저렴해진다. (2018년 기준으로 요금은 상이할 수 있음)


• 열차: RE/ IRE/ RB 등의 바이에른주의 모든 지역 열차. (ICE 고속 열차는 제외)

• 지하철: S-bahn/ U-abhn

• 바이에른 지역 내의 모든 트램, 버스.

• 뷔르츠부르크, 로텐부르크, 퓌센, 뉘른베르크, 잘츠부르크로의 이동 가능


나와 같은 셀렉트 패스 소지자에겐 더없이 고마운 티켓, 43유로가 선사하는 로맨틱 가도의 심장!!

나는 지금 로텐부르크로 간다.


우리 가족을 실은 RE열차는 디하우 역을 지나 11시 20분 즈음 Trenchingen역에 도착했다. Steinach행 기차에 탑승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역무원의 도움으로 계단을 내려가 환승 터널을 통해 무사히 성공했다. 무거운 끌낭을 들었다면 아마도 다음 열차를 기다렸어야겠지?


개폐가 가능한 창문, 철로를 따라 기차가 몸을 틀 때마다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리는 오래된 나무 의자와 좁은 실내 공간, 다소 불편해 보이는 이 모든 것이 옛 향수를 불러온다.

날아 오른 닭을 잡으려는 사람, 바닥에 굴러 다니는 과일을 주으려는 사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잠에 빠진 사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어우러지는 뒷자리 젊은 청년의 기타 소리에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파란 하늘, 후- 하고 입김을 불면 쨍- 하고 금이라도 갈 듯한 청아한 그 하늘 아래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슈베르트의 <비창>을 들어 보았는가!! 이 열차의 종착역은 천국임에 틀림없다.


12시 35분 Rothenburg Od Tauber행 기차에 오른다. 트램 비슷한 모양의 기차로 15분을 달려 도착한 로텐부르크.. 소박한 역사, 따듯한 햇살, 한적한 마을 모습, 이 모두가 로텐부르크의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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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작은 잔디에서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선 중세로의 여행을 떠나 본다. 뢰더문을 통과하니 웅장한 성벽이 모습을 드러내고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입장료를 내라 한다. 역시 공짜는 없구나!!

중세시대 로텐부르크의 장로들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튼튼한 성벽을 세웠다고 했다. 그 옛날 성의 보초병 마냥 성벽 중간의 나무 통로를 따라 이동하는데 한 무리의 동양인들이 보였다. 그녀들의 국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영자야!!”


엄마의 망설임 없는 외침에 대번에 반응이 왔고 로맨틱가도 투어 중이라는 뭘 좀 아시는 어머님들의 남은 여정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랬다.


로맨틱 가도(Romantische Straße)는 독일 남부 뷔르츠부르크와 퓌센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위치한 도로로 길이는 350km이다. ‘로맨틱 가도’라는 이름은 고대 로마 시대에 로마인들이 무역통로를 만든 데서 유래된 것이며, 바이에른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사이에 걸쳐 있으며 1950년대부터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었다. 그림 같은 도시 풍경과 성곽으로 유명한 관광도로이기에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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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년 ‘자유 제국 도시’로 지정된 로텐부르크는 돌로 된 성벽 안에 구불구불한 자갈길 골목과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도시는 신성로마제국의 사령관 틸리가 이곳 시장과 벌인 와인 마시기 시합에서 시장이 3.25L에 달하는 와인을 한 번에 들이켜 신교도와 구교도의 30년 전쟁에서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때 시가지가 40% 이상 파괴되는 바람에 유네스코가 문화유산 등재를 거절했다고 한다. 다행히 중앙부는 손상이 적어 많은 고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었고 파괴된 부분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중세 독일 도시의 모습을 완벽하게 복원했다고 한다.


로맨틱가도의 노른자이며 중세 유럽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로텐부르크인데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지? 관광 마차 뒤를 쫓아 도착한 그곳엔 다양한 피부색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here is 로텐부르크인데..


마을의 중심이 되는 마르크트 광장 주변으로 시청사, 시청사 탑, 시의원 연회관, 1608년에 지어진 성 게오르그 분수와 상점들, 레스토랑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로텐부르크의 첫 번째 랜드마크인 시청사는 중세 자유 제국 도시의 중심이었던 이곳의 상징물로 14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시작해 16세기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완성된 건물이며 1층엔 역사 전시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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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옆에 하얀 외관의 높이 62m의 시청사 탑은 현재 전망대와 화재 감시소로 이용되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로텐부르크의 그림 같은 전경과 저 멀리 타우버 강까지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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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오른쪽에 마이스터 트렁크 시계가 설치된 시의회 연회관 건물이 있다. 1층에는 관광안내소가 있다. 1768년에 만들어진 마이스터 트렁크(술 마시는 시장) 시계는 일반 시계와 해시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각마다 시계의 양쪽 창문이 열리면서 오른쪽 창에는 로텐부르크의 시장(Georg Nusch)이, 왼쪽 창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틸리 (Feldherr Tilly) 장군의 인형이 나와 독일이 종교분쟁으로 30년 전쟁에 휘말리던 1631년에 10월 30일에 일어났던 사건, 틸리 장군이 시 운영에 참여하는 라츠헬(Ratsherr) 12명의 목을 베고 마을을 불태워 버린다는 선포를 했고 당시 시장이던 Nusch가 3.25L의 와인을 단숨에 마셔버려 그들의 목숨과 마을을 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재연하고 있다.



시청사 건너편엔 600년 된 게오르크 분수대가 있다. 작은 물줄기가 4방향으로 나오는데 이는 식수와 방화를 위한 것이며, 1608년에 만들어진 깊이가 무려 8m인 우물이기도 한 이 분수대는 40개가 넘는 로텐부르크의 우물 중에서도 가장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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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케테볼파르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로텐부르크가 본점이며 뉘른베르크, 하이델베르크 등에도 지점이 있다. 선물을 가득 실은 빨간 자동차가 상점을 직접 홍보하고 있으니 자동차를 배경 삼아 인증 숏도 찍고 매장 안을 둘러보는 경험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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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른 가세 안쪽에 수많은 테이베어들이 있는 테디 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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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대형차량의 출입이 통제되기에 구시가지 관광은 도보로 진행된다. 범죄박물관, 인형 박물관, 향토박물관 등도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로텐부르크는 전통을 유지하고 중세 도시를 보존하기 위해 외관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네온사인은 허가하지 않으며 옛 형태의 간판을 달아야 하고, 현대식 창문이 허용되지 않으며 독일의 전통적인 십자무늬 창문만을 달아야 한다. 건물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는 간판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답게 거리 곳곳에서 쉽게 일본인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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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끈 모양으로 자른 뒤 공처럼 돌돌 말아 튀기고 슈가파우더를 뿌린 것이 오리지널 슈니발렌, 그 외에도 초콜릿, 견과류 등을 덧입힌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결혼식이나 축제 등의 경사스러운 날에 먹는 로텐부르크의 전통과자이며 로텐부르크의 특산품이라고 한다. 일본인 관광객들 손에 가득한 슈니발렌 백에 혹해 오리지널과 초콜릿을 두른 슈니발렌을 맛보았지만 꽈배기

과자와 건빵의 중간 즈음 맛이라고나 할까?

‘유럽에서 가장 맛없는 디저트임에 틀림없다’ 라던 어느 여행책의 저자의 의견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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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뢴라인(plonlein)은 로텐부르크 구시가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경사가 다른 갈림길의 양쪽 모두 길 중앙에 탑이 서있고 그 사이의 좁은 목조주택 그리고 양편의 건물과 돌바닥까지,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곳.. 로텐부르크행을 결심한 시발점이었다.

플뢴라인은 라틴어 Planum에서 유래한 것인데 특이하게도 그 뜻은 ‘평평한 곳’을 의미한다.

경사진 길의 풍경으로 유명세를 탄 곳의 이름 속의 뜻을 알고 나니 갸우뚱했지만,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명실상부한 로텐부르크의 뷰포인트 임에 확실했다.

뒤편 좌측으로 보이는 탑은 지버스 탑(Siebersturm), 우측으로 보이는 탑은 코보첼문(Kobolzeller T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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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 년은 되어 보임직한 오래된 우물터, 옛 모습을 간직한 개성 있는 간판들,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에 푹- 빠진, 난쟁이가 말을 걸어올 듯하고 공주님을 실은 마차가 달려올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로텐부르크, 스치듯 지나치는 여정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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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의 차창 밖으로 노을이 짙게 깔려 있었다.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저녁 바람이 따뜻하고 달큼했다. 이런 게 여행이고 또 자유구나!!

여행은 바닷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실수록 갈증이 더해지는.. 다음이 있다면..

아니, 결국 다음을 기약하고 말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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