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moments_65

- 못다 한 말 -

by 슈크림빵

빠르고 자극적인 세상에 느리고 심심한 무엇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몫은 인간관계요, 남녀 간의 사랑이었으면 합니다. 그마저도 빨라진다면, 그건 너무 삭막해질 테니까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만질 수 있지만 손을 뻗을 수 없었던 그런 아련함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그러하기를 바랐습니다. 빛바랜 추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아롱거리듯 말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원은 그랬습니다. 온갖 여지는 죄다 두고, 결정적인 순간엔 정작 뒷걸음질 치는 그 태도가 곱게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비겁하게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만큼 세상을 살다 보니 나를 위해, 상대를 위해 마음과는 달리 때론 가짜 옷을 입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비단 생과 사를 오가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이를 아라에게 투영해 보았습니다.


새드 앤딩, 결말을 정해 놓고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수없이 바뀌고 또 뒤집힌 결과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모든 것이 뒤바뀌었고, 머릿속엔 많은 충돌이 있었습니다. 쓰는 내내 아라가 미웠고, 답답했지만, 그럼에도 측은했습니다.

매 순간 진호에게 말했습니다. '눈을 돌려 진호야!!'라고 말이죠.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인연이라면, 지구를 몇 바퀴를 돌고 돌아서도 결국 만난다는 것을 말이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랜드마크 아닌 덜 알려진 곳을 노출시키며, 클래식과 미술이라는 소위 관심 밖의 소재와 평범한 인물들을 통한 보통의 이야기를 여행 에세이와 소설에 접목시키고자 한 애초의 포부는 오간데 없고 종내, 꽤나 지루하고도 긴 얘기가 되었습니다. 비록 화려한 문장스킬을 가진, 치밀한 플롯을 짜는, 세련되고 유능함을 갖추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써 내려갔습니다. 숱하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호기롭게 시작은 했지만, 틈만 나면 덮을 명분을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피하고 싶고 미뤄두었던 숙제를 끝마쳤습니다. 분명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생각합니다. 제가 그러했듯 진호와 아라의 여정에 동행해 주신 분들께도 의미 있는 순간이었기를 감히 바라봅니다.


긴 글 읽어 주신 그동안의 아량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찰나 같아 찬란했던 그해 여름,, 이탈리아는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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