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떠나 본다

8. 밀라노에서 삐끗하다.

- 가족과 떠난 유럽 배낭여행 -

by 슈크림빵

비 온 뒤라 그런지 한층 햇살 좋은 아침이었다. 그나저나 술 취한 어제의 용사들은 온데간데없었다. 보나나마 자고 있겠지 뭐.. 애초의 계획은 1박이었으나 하루 더 머물기로 하고 이동 동선을 체크해 본다. 청바지를 꺼내 든 엄마께 밝은 색감의 원피스를 권하고 나 역시 드레스코드를 맞췄다. 나서기 전 휙 둘러본 방 안은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새였다. 하룻밤 정이 이렇게 무섭다.


어제의 친절한 청년을 만나러 가는 길, 하늘거리는 원피스만큼이나 발걸음도 사뿐사뿐했다. 한껏 모양을 냈기에 못 알아보면 어쩌지? 쓸데없는 생각에도 입가에 걸린 미소는 쉬 사라지지 않는다. 숙소에서 역까지는 대략 사십 분 이상 소요되었으니, 그의 말마따나 걷기에는 다소 무리가 없지 않았다. tabac 부스 안 아랍계 직원의 도움으로 다행히 청년을 만나 엊저녁 나의 태도와 입장을 부연 설명하니, 부러 찾아와 준 것에 오히려 반색을 하며 맞았다. 기약 없는 그의 한국행이었음에도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겼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지. 세상이치가 그런 것 아닌가..

껄끄러운 문제도 해결했기에 내 기분은 최고였건만,, 밀라노의 하늘은 잔뜩 심통이 나 있었다. 슈퍼에 들러 간단한 점심거리를 구입한 후 마땅한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삽시간에 아스팔트를 흠뻑 적셔버렸다. 저만치에 공원이 있었고, 다행히 지붕이 달린 작은 공간이 있기에 비를 피할 수 있겠다 싶어 급히 몸을 들이밀었는데, 등받이가 없는 기다란 나무 의자는 중년의 백인 여성과 한몸이었다. 가벼운 눈인사 후 먹거리를 권했지만 고개를 젓기에 주린 내 배를 채웠다.


스치는 비였나 보다. 걷다 보니 커다란 건물 앞에 학생들이 늘어서 있어 뒤를 쫓아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는 입장료를 받는 대신 free ticket을 건넸다. 공룡뼈, 화석, 박제된 동물 등의 전시물이 가득했지만, 화려한 볼거리는 물론 눈길을 끄는 요소도 없었기에 수박 겉핥는 식의 학생들을 따라 대충 돌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건물을 등지고 걷기를 얼마, 문득 궁금해졌다. 하여, 책을 열었더니 무려 1838년에 설립된

Milan Natural History Museum은 광물학, 고생물학, 인류의 자연사, 척주동물의 동물학, 무척추동물의 동물학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이를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사 박물관 중 한 곳이라

적혀 있었다. 또한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약 2억 년 된 파충류와 7개의 완전한 공룡 골격이 들어 있는 베사노 화석 컬렉션이라 강조를 하고 있었지만, 이를 못 보았기에 아쉽긴 했어도 그렇다고 발길을 돌리지는 않았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었지만, 시계 초침은 오후 네 시를 향해 급히 달리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죽치자고 뽐낸 옷맵시가 아니었다. 드레스코드가 빛을 발할 곳으로 가려면 서둘러야만 했다.


Via Monte Napoleone,, 목적지에 도착했다. 백화점 명품관을 도미노처럼 세워 놓은 듯,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명품샵들이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마주한 광경은 패션의 도시라 정평이 난 밀라노 그 자체였다. 그리고 배경 때문일까? 응집한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명품 같았고, 상점 앞에 배치된 경호원들마저 슈트를 걸친 마네킹 같아 보였다. 길게 목을 빼고 로렉스 매장 안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조차 없어 보였고, 문 옆에 달린 조그만 벨마저 나를 외면했다. 혹여 저 벨을 누른다 해도 매장 안의 직원은 작은 눈썹 하나 꿈쩍을 안 하겠지.

예전, 백화점 내 서점에서 일할 때 정기적으로 하는 CS 교육에서 들었던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백화점 내 모피매장, 등장인물은 중년 여성과 매장 직원이었다. 중년 여성은 매장을 기웃거렸지만 변변찮은 차림새에 당연 구매 의사가 없다 판단한 직원은 응대는커녕 보고도 못 본 척을 했고, 이에 여성은 현금 다발과 바꾼 모피를 들고 곧장 고객센터를 찾아가 직원의 행동을 낱낱이 고해 결국, 직원의 퇴사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했다. '상대의 차림새에 구매의사를 멋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 교육의 방점이었다. 나 역시 구매 의사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 하자면 구매할 돈이 없었다. 굳게 닫힌 로렉스 매장 앞에 서 있자니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왔다. 벨을 누루고 튀어 볼까 하는 괜한 똘기가 솟구쳤지만, 지성인답게 그것을 눌렀다. 우리 모녀의 등장에도 프라다 매장의 직원은 무덤덤한 시선을 보냈다. 왜? 우리 옷맵시가 너네 회사의 방향과 어긋나니? 성의 없는 시선으로 매장 안을 둘러보고 '별로야' 하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직원은 여전히 제 볼일만 본다.


'1400년대 초 조선의 실정은 우리말을 우리 글로 담지 못하고 한자를 빌려 썼어. 근데 한자는 말과 글이 다를뿐더러 수도 많아서 백성들이 사용하기 어려웠지. 하여, 세종 대왕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게 문자를 만들었어. 그게 바로 한글이고.. 좀 다른 말이지만, 너희 역시 무대 혹은 협찬 의상 아닌 일상생활에 포커스를 맞춰 보는 건 어때? 가격면에서나 활용도 면에서나 조금 더 대중적인 건 어때? 아!! 그건 프라다가 아니라고?? 뭐 그렇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


내가 상념에 빠진 사이, 혹시 몰라 챙겨 온 점퍼의 지퍼를 단단히 채우며 볼멘소리를 하시는 엄마,, 오락가락 비를 뿌리는 흐리멍덩한 하늘을 보며 괜스레 짜증을 부려본다.


좀처럼 그칠 기세가 아니었다. 거리가 느껴졌지만 분명, 밀라노 중앙역이었다. 하여, 우산을 사서 걸어갈 것인가, 지하철을 타고 갈 것인가를 두고 머리를 맞댄 결과는 후자였다. 가는 길에 비를 피하고자 상점의 어닝 아래로, 건물과 건물 사이로, 것도 여의치 않아 머리에 비닐을 뒤집어쓴 채로 뛰기도 했다. 햇빛과 살랑이는 바람 아래에서 하늘하늘 춤춰야 할 원피스는 때아닌 비를 만나 축 늘어져 있었다. 게다가 비에 흠뻑 젖은 운동화도 그리고 그 안의 발가락 역시 춥다며 얼른 숙소로 가자고 아우성이었다. 이에 두 다리에 힘을 실으려는 찰나, 다급한 목소리가 우리를 붙들었다.

"umbrella."

동남아계로 추정되는 우산장수 청년이었다. 큰 것은 8유로, 작은 것은 4유로라 했다. 고지가 머지않은 시점, 지금에 와서 우산을 쓴다 한들 축축이 젖은 옷과 신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가지요금이었다. 샘플인 듯 미끼인 듯 그가 펼쳐든 4유로짜리 접이식 우산은 견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뒤로 돌아서려는 우리를, 아니 오빠를 그는 다시 잡아챘다.

"brother!!"

만국 공통어인 영어도 모자라 애절한 목소리까지 덧입혔다. 짙은 쌍꺼풀과 피부색으로 인해 종종 동남아인으로 오해를 받아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지만, 이상하리만치 웃음이 났다. 절박한 우산장수의 사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비에 젖은 생쥐 꼴인 내 모습은 잊은 채로 나는 그저 본능에 충실했다.


숙소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서니 한바탕 전쟁이라도 치른 듯 엉망진창이었다. 잔뜩 찌푸린 채로 욕실로 향하셨던 엄마의 두 뺨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어, 그로 인해 눈에 익은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따듯한 물로 몸을 데우고, 뜨끈한 누룽지로 주린 배를 채우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밀라노에서의 화려한 외출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래서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채 여섯 시가 안 된 시간, 반쯤 열린 눈을 다시 감아 보는데 부산스레 움직이시는 엄마로 인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창을 통해 확인한 오늘의 날씨는 쾌청했다. 해서 엊저녁 비에 젖은 옷가지들을 옥상의 빨랫줄에 널어놓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새를 못 참고 쏴아- 비가 쏟아져 냅다 옥상으로 튀어 올라 수거해 온 옷가지들을 침대를 지탱하고 있는 철 프레임에 널고 강수량 확인 차 바라다본 밖의 풍경은 언제 비가 왔냐는 둥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변덕스럽고 오락가락하는 이놈의 날씨.. 널 뛰는 나와 닮은 꼴이라 쉬 화도 못 내겠더라. 이탈리아의 우기는 늦가을부터라 들었는데, 밀라노는 예외인 듯했다.


오전 10시가 넘었기에 분명 출근 시간은 지났을 텐데, 도착한 가리발디역 안은 꽤나 부산스러웠다. 그 정신없는 틈을 노린 소매치기가 아빠 등의 배낭 지퍼를 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한달음에 다가가니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북적이는 사람들 중 반은 소매치키일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배낭을 앞으로 단단히 고쳐 매고, 캐리어까지 확인한 후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리오마조레(Riomaggiore), 마나롤라(Manarola), 코르닐리아(Corniglia), 베르나차(Vernazza), 몬테로소알마레(Monterosso al Mare), '다섯 개의 마을'이라는 뜻의 친퀘테레(Cinque Terre)는 이탈리아 북서쪽의 리구리아 주에 있는 절벽과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가 지역이다. 출발지인 밀라노와 도착지인 피렌체의 중간 지점으로 밀라노-제노바를 거쳐 목적지까지는 약 3시간 40분이 소요되고, 피렌체-피사를 거쳐 목적지까지는 약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이에 유레일패스를 사용해 밀라노-첸궤테레를 거쳐 피렌체로 들어가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다. Departure 시간을 확인하니 12시 25분 친퀘테레 여정의 시작점인 La Spezia행 Regional행 열차가 있었지만,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도착을 할 테고, 커다란 캐리어와 배낭은 또 어쩌란 말인가. 어찌어찌하여 도착했다 치자. 아무리 당일치기가 가능한 곳이라 해도 다섯 마을을 다 돌아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혹 1박을 한다? 부족한 숙소도 숙소지만 가격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즉,, 혼자라 해도 분명 무모한 계획, 가족들의 희생까지 바랄 양심은 없어 빼꼼히 꺼내 든 유레일패스를 보조 가방 깊숙이 찔러 넣고 인당 24유로인 피렌체행 Regional행 티켓을 구매했다. 오후 2시 5분 기차는 밀라노 중앙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차츰 멀어지는 밀라노보다 정작 친퀘테레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만약 내가 연속패스를 소지했다면? 두말 않고 go!! 했겠지만, 내가 가진 셀렉트패스는 2개월 내 단, 10번 기차 탑승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었다. 본 것에 대한 만족보다는 못 본 것에 대한 갈증이 먼저였지만, 세이브한 패스로 더 좋은 곳에 가련다 마음먹으며 친퀘테레에 대한 아쉬움을 애써 눌렀다.


이것이 정녕 Inter City (IC)가 맞다냐? 폐차 직전의 고물 기차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철길 위를 힘겹게 달렸다. 'ticket please.'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 구간 티켓을 꺼내 들었는데, 늘 사용하던 유레일패스가 아니라 어째 좀 이상했다. 드디어 내 차례, 티켓을 요리조리 살피던 역무원의 입에서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졌다.

"50유로를 내세요."

밀라노-피렌체행, 출발 시간, 인원수, 게다가 좌석 번호까지 몽땅 일치하는데 벌금이라고? 왜?? 50유로라는 금액은 대체 어떻게 산출된 거니??? 벌떡 일어난 것도 모자라 바짝 독이 오른 나와는 달리 역무원은 침착한 어조로 설명을 했다.

"이 티켓은 5월 8일-7월 8일의 기간 내 사용 가능한 티켓으로, 티켓 사용 시 역내에 비치된 노란 펀칭기에 티켓을 펀칭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생략했기에 벌금 50유로를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아뿔싸!! 역무원의 설명을 듣고 보니 티켓 어디에도 출발일이 적혀 있지 않았다. 역내 창구의 덩치 좋은 여직원은 티켓을 건네며 이런 주의 사항도 일러주지 않았던 걸까? 의구심 아닌 화가 불끈 솟았다.

"오늘 자 밀라노-피렌체행 기차 티켓을 달라고 역내 창구의 여직원에게 말을 했고, 직원이 건넨 티켓을 당신과 똑같은 배지를 달은 역무원에게 보여주니 기차에 탑승하라고 했어요. 노란 펀칭기 같은 건 아예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곳에 익숙지 않은 난 그저 여행자라고요."

"우리 역무원의 실수도 있고 해서 이번은 그냥 넘어 가지만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그때는 벌금을 내야 할 거예요. 충분히 설명했고, 당신과 내가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이해했죠?"

재킷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날짜를 적은 티켓을 돌려주고 역무원은 사라졌다. 암요. 알다마다요. 티켓을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도 무시 못했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마치 800M를 오래 달려 결승점을 통과한 것처럼 온몸에서 힘이 쫙 빠져 버렸다. 어설픈 것도 모자라 더듬대는 내 영어에 인내심을 갖고 차근히 설명해 준 나름 고마운 역무원이었다. 기차 안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들 여기까지만 하자. 제발!!


출발한 지 3시간 40분이 지난 터라, 도착까지 분명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정차역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옆자리의 중년 여성에서 도움을 청했다.

"이번 정차역이 피렌체가 맞나요?"

"네. 플로란스, 피렌체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기차 내의 스피커는 '플로란스'라 연거푸 뱉고 있었다. 창밖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녀를 미소 짓게 하는 플로란스, 피렌체는 정말 꽃처럼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기차는 Firenze S. M. Novella의 익숙한 플랫폼에 우리를 내려주고서야 그제야 가쁜 숨을 내쉬었다. 바닥이 촉촉이 젖은 것을 보니 이곳 역시 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모양이었다. 저녁 여섯 시를 훌쩍 넘겨 도착한 민박집 입구에는 '공사 중'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조금 부풀리자면, 이미 익힌 경험치로 피렌체는 손바닥 안에 있다 자부했고, 게다가 민박집은 1,2호점을 겸해 운영하고 있었다.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았던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짚고 넘어가자면 무려 3년 전의 경험치였다. 밀라노에서 예기치 않았던 1박이 더해져 그런 것이라 애써 변명을 해보아도 명백한 판단 착오였다.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몸짓에 나타났는지, 정면의 케밥집 청년은 A4 용지를 건넸다.

"XX민박 1호점이 이사를 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행운의 동아줄인가 싶어 냉큼 받았더니 썩은 동아줄이었다. 길게 한숨을 내쉬는 내게 그는 휴대폰을 건넸다. 반가운 모국어보다 더 반가운 것은 친히 마중 나오신다는 사장님이겠지. 친절한 청년에게 인사를 건넨 후 사장님을 따라 간 한적한 주택가의 4층, 그곳이 민박집의 현주소였다. 씩씩한 미자언니도 빼곡했던 침대와 시루 안의 콩나물 같던 사람들은 없었다. 수입이 예전 같지 않아 1,2호점을 합치고, 미자언니는 밀라노의 민박집에 보냈단다.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은 사이도 아닌데 못 본다는 생각에 괜스레 서운해졌다. 아쉬워하는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사장님이 건넨 핸드폰에서는 미자언니의 씩씩한 목소리가 흘러넘쳤다. 그리고 다시 찾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선뜻 가족룸을 내어주셨다. 도미토리 가격에 가족룸이라니, 오~ 이런 횡재가!! 비빔밥과 따듯한 장국으로 속을 채우고 나니 잔뜩 긴장했던 어깨도 그제야 느슨해졌다. 호스텔 시세는 어떤가 싶어 조사에 나섰는데 1박 23유로, 아침과 저녁을 포함해 25유로라면 민박집이 정답이었다. 한식이 그리울 아빠의 입장에서도 그랬다. 촉촉이 젖은 골목길에 가로등 불빛까지 더해지니 적당히 어둡고 고즈넉이 운치 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나 역시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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