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회의에 오지 말라고?!

by 이경보

대만의 학교에서도 학부모 회의가 있다. 큰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그날 저녁, 학부모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이는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려다 말고 뒤돌아 나에게 한 마디 했다.

“엄마, 오늘 회의에 안 와도 괜찮아.”

“왜?”

“……”

“엄마 중국어 잘 못해서?” 내가 웃으며 물었다.

“아니, 엄마 바쁘잖아.”


큰아들은 어릴 적부터 반 친구들 엄마들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부들과 주고받는 대화를 묵묵히 듣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방금 말한 중국어를 교정해 주곤 했다.

“엄마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듣지만, 이렇게 말하면 더 좋을 것 같아.”
그는 항상 이렇게 서두를 붙인 후 정정해 주었다. 나는 그런 아들에게 자주 칭찬을 하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넌 내 국어(중국어) 선생님이야. 네가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은 참 행복하겠다. 너는 정말 잘 가르치거든.” 이런 대화는 유치원 때부터 자주 오갔다..


유치원 갈 때 이런 말도 하곤 했었다.

“유치원에서 동요 잘 배워와서 엄마 가르쳐줘.”

“응, 엄마”

큰 아들은 내게 동요도 잘 가르쳐줬다. 일반 가정과 사뭇 다른 광경이다.

그러한 칭찬이 있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그 애 천성인 것일까? 동생에게도 잘 가르쳐주었다. 장기도 잘 가르쳐주었고, 수학, 영어도 잘 가르쳤다. 하루는 둘째가 수학 문제를 형에게 물어보고 나서는, 내게 “엄마, 우리 형,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아들이 오늘 내게 학교에 오지 말라고 했다. 내가 상처받을까 봐 “오지 말라”는 표현 대신 “오지 않아도 좋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언제 엄마에게 말할까 고민하다가,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기 바로 전, 용기를 내어 꺼낸 말이었다.


태어나 보니 엄마가 외국인인 아이들. 주말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 내가 그 친구들에게 몇 마디하고 돌아서면, 그 친구들이 아들에게 묻는 질문이 내 귓가에 들린다.
“네 엄마, 어느 나라 사람이야?”
괜히 말을 걸었다는 생각에 나는 못 들은 척하며 지나갔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어릴 적에는 외국인인 엄마가 친구들의 엄마와 다르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직접 그런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그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외국인인 엄마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큰아들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내가 틈틈이 글을 쓰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대만에서 중국어로 책을 출판해요.”

“이 서툰 중국어로?”

“응, 서툰 중국어로 써요. 외국인인 엄마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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