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한테 투자하는 돈, 아까워?”
초등학교 1학년 작은아들이 느닷없이 물어왔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형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자신은 왜 아직 영어 학원에 다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둘째라서 아직 어리게만 느껴졌고, 더 놀다가 나중에 영어 학원에 다녀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그날 우리는 손을 잡고 영어학원에 가서 등록하고, 작은아들은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한 공부라서 한 1년간은 열심히 다녔다. 형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숙제를 열심히 했고, 교재에 삽입되어 있는 노래까지 CD를 따라 열심히 부르며 연습했다. 둘째는 CD를 따라 영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스스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만 선택해 공부하는 듯했다.
1년이 지나면서 학원에 가지 못할 이유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피곤해서, 숙제가 많아서, 시험 준비를 해야 해서, 몸이 아파서 등등. 학원 시간이 다가오면 왜 그 배가 자꾸 아파대는지.
초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책상 위에 6개월치 레슨비를 올려놓고 작은 아들을 불렀다. 그 영어 학원은 6개월치 학비를 선불하는 규정이어서 내일까지 지불해야 했다.
“이거, 영어 학원 레슨비야. 내일까지 내야 해. 영어 학원을 계속 다닐지 그만둘지 오늘 자기 전에 내게 말해줘. 난 네가 영어 학원을 열심히 다니길 바라지만, 만약 싫다면 그만둬도 괜찮아. 이 돈은 저축해 두었다가 엄마가 나이 들어서 쓸게. 양쪽 다 효도하는 거니까, 생각해 보고 말해.”
아들은 책상 위의 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레슨비, 이렇게 많아?”
“응, 이렇게 많아.”
아들은 조용히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생각해 보니,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도 같은 문제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놀다가 학원 시간에 가야 하니까, 놀고 싶은 마음에 영어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영어는 흥미가 있든 없든 공부해야 해. 영어 공부는 모두에게 필요한 거야. 만약 지금 그만두면 나중에 공부할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예전에 열심히 공부한 것도 다 잊어버릴 거야.”
첫째는 내 말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나 그냥 계속할래요”라고 말했다.
방을 나가 30분쯤 지나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둘째였다.
“엄마, 나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내 장래를 위해서 영어 학원 계속 다닐래. 앞으로 학원 잘 다닐게.”
그 말에 안도하며, 당분간은 영어 학원에 가겠다, 안 가겠다 하는 실랑이는 없어졌다.
유사한 문제를 두고, 나는 언제부터인가 두 아들에게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두 아이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내 뇌가 충분히 인지하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게 된 것이다. 가끔 오작동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