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들의 훈계

by 이경보

작은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하루는 거실에서 숙제를 한다고 하던 작은 아들이 숙제는 하지 않고 창 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왜 그래?”

“인생, 참 무료해”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툭 던진 한마디였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서너 번 쓰면 외울 수 있는 걸 왜 20번이나 쓰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국어 숙제였다. 대만에서는 방대한 양의 한자를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생 숙제의 90% 이상이 국어 숙제로, 거의 매일 단어 쓰기와 짧은 글짓기를 해야 한다.




“그러네, 10번이면 충분할 텐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이 성난 목소리로 내게 훈계를 했다.


“엄마도 선생님이잖아, 이런 숙제를 내면 안 돼. 이런 숙제 내면서 자신이 학생들 공부시킨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월급 받으면 안 돼”

“네,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내 방으로 슬쩍 들어와 버렸다. 더 있다가는 숙제할 분위기를 깰까 봐 조심스레 자리를 피한 것이다.




잠시 후에 몰래 들여다보니,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열심히 놀리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안심하는 순간, 지난주에 학생들에게 낸 과제를 떠올렸다. 적절한 내용과 분량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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