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남을 고치겠다는 생각 내려놓자

by 이경보

큰 아들이 중1 사춘기 때의 일이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달리 남편이 아들을 마중 갔다. 대만에서는 보통 학교가 파하는 시간에 학부모들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마중을 간다. 보통은 내가 마중을 가는데, 그날은 남편이 간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울면서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쌓아둔 맥주 박스에 테이프를 붙이기 시작했다. 아빠가 술을 못 마시게 하겠다는 것이다. 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우고 집에 들어온 남편은 그 맥주 박스에 붙인 테이프를 보고 단숨에 떼어냈다.


그날 밤, 남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 시간에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고, 그 옆 방에서는 큰 아들이 엉엉 소리 내며 울었다. 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아빠가 이러다 알코올 중독이 되고 그로 인해 어떤 병에 걸릴 수 있는지를 걱정하며 우는 모습이었다.



남편은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몇 차례 인터넷에서 적당량의 술이 몸에 좋다는 기사들을 찾아서 핸드폰 단톡방에 올리고, 세상에는 술에 대한 편견이 많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큰 아들은 나와 단 둘이 있는 차 안에서 말문을 열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엄마, 나 매일 밤 술 마시는 아빠가 싫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내 병이 아들에게 전염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때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겐 여러 습관이 있고, 그중에는 나쁜 습관들도 있잖아. 그런 습관을 고치려고 자꾸 다짐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 아빠도 몸에 밴 습관이 안 고쳐지는 거야. 그런데 그 습관을 우리가 고치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엄마는 한 10여 년간 아빠의 그 습관을 고쳐보려고 노력도 했고, 고쳤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 그런데 그런 바람은 끝내 성냄이 되고 미움이 되더구나. 생각해 보면, 우리 자신의 습관도 못 고치면서 남의 습관을 고치려고 하는 게 너무 허황된 생각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단다. 그리고 아빠에게는 좋은 습관도 있잖아. 이제 우리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서 살자, 아들아!”

아들은 내 말을 끝까지 조용히 들은 후, 내 손을 꼭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고마워!”




그날 이후, 아들은 두 번 다시 아빠에게 술 문제로 항의하는 일이 없었다. 어려운 사춘기 시절이 잠깐 스쳐 지나가고, 중2가 되면서 원래의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시간들을 충실히 보내며, 아빠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전 06화작은 아들의 훈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