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큰 아들이 고3, 작은 아들이 중3이어서, 같은 시기에 대입 시험과 고입 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하던데, 정말 1년 전 우리 집에는 불행이 이어 들이닥쳤습니다.
큰 애는 대입에서 영어 0.5점 차로 한 등급 낮은 등급을 맞는 바람에 희망하는 대학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목표한 학교를 포기하고 대학 원서를 제출했는데 1 지망의 학교에 아들과 동점인 다른 학생은 합격하고 아들은 떨어졌습니다. 결국 최악의 경우에 들어가겠다던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죠. 합격 발표 일, 나는 아들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이 학교도 좋은 학교야."
"엄마, 나 위로 안 해도 돼. 나 그냥 놔둬."
혼자 방에서 얼마나 울었을까? 그다음 날에 제게 와서 말을 하더군요.
"엄마, 나 인생 공부했다고 생각할 거야. 만약 이번에 내가 원하는 학교에 순조롭게 들어갔으면 난 인생을 너무 쉽게 생각할 거야. 인제까지 생각하는 대로 다 되어서."
그렇게 주저앉을 것 같은 감정을 나름 추스르고 정리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들은 입학한 학교 오리엔테이션에도 참가하지 않고 개강일 바로 전날에 짐을 들고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더군요.
같은 시기에 작은 애에게도 불운이 닥쳐왔습니다. 작은 애는 과학반 시험 1차 필기에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2차 시험인 면접, 실험을 앞두고 시험 전날, 코로나에 걸려 고열을 내고 2차 시험에 응할 자격이 상실되어 버렸습니다. 2차 시험에 실험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시험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아들은 고열에서 정신 차린 후 시험 자격 상실이 되었다는 걸 알고는 죽어 버리겠다고 난리를 치더군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이거냐며 울부짖었어요. 2차 시험 당일에 코로나에 걸린 몸으로 시험장에 가서 시험 보겠다고 소동을 치더군요. 학부형인 내게 아이를 데리고 빨리 시험장을 나가라고 하는데도 울면서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해의 여름방학은 회색 빛이었습니다. 내게 슬픔을 터놓지 않고 혼자 슬퍼하는 큰 아들을 보며 마음이 저려왔고, 모든 슬픔을 정면으로 쏟아놓으면서 호소하는 작은 아들을 보며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떻게 다 뜻 대로 될 수 있나요? 뜻 대로 된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고요. 그때의 아픔이 아이들의 성장에 양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러, 지금 두 아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