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된 여행
사건은 늘 불시에 찾아온다. 우리 여행도 그랬다.
아침 신문을 넘기다 우연히 시선이 멈췄다.
‘정호승 시인과 함께하는 감성 인문학 기행, 대구 편.’
딸에게 묻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벌써 김광석 거리를 걷는 기분이었다.
‘먼지가 되어’를 따라 부르며 골목길을 상상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단호했다.
“모집 마감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아 다시 물었다.
혹시 모르니 대기자 명단에라도 올려 달라 부탁했다.
딸과 여름방학 여행을 약속했지만
벌써 방학이 끝나가고 있었다.
어디라도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게다가 ‘정호승 시인 + 김광석 거리’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막상 불가능하다고 하니, 마음은 금세 돌아섰다.
‘그럼 그렇지. 이런 더위에 정신이 잠깐 나갔지.
이 무더위에 대구를 가겠다고 하다니!’
애써 합리화했다.
‘큰일 날 뻔했네. 시원해지면 가야지.’
그러고는 곧 잊었다.
며칠 뒤, 낯선 번호가 떴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
“정호승 시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자리가 났습니다. 꼭 오셔야 돼요.”
순간 망설였다.
폭염은 꺾일 줄 모르고, 모든 것이 귀찮았다.
며칠 전, 대기자 명단에 넣어달라며 애타게 부탁했던
그 ‘의욕 넘치던 나’를 떠올렸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갈게요.”
딸에게 혼날 게 뻔했다.
방학 끝자락, 일본 여행을 준비 중인 아이였다.
슬쩍 물었다.
“우리… 대구 갈래?”
“이 더울 때 대구를?”
당황하는 딸을 설득했다.
“취소할 수도 없고… 네가 엄마 생일에 준 시집 기억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시인, 네가 중학교 때 외웠잖아!
그 시인을 직접 만나는 거야!”
우겨가며 겨우 승낙을 받아냈다.
그다음 날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우리는 대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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