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편 -2 정호승 시인과 만나다

엄마와 딸이란,

by 바람처럼

“엄마! 저분, 정호승 시인님 맞지?”

딸이 가리킨 방향을 보니,

정장을 차려입은 시인이 보였다.


그 더운 날에도 단정한 모습.

맞다, 정호승 시인이었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

대구는 여전히 덥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대구를 ‘대프리카’라 부른다.

올여름만 해도 최고기온 기록을 몇 번이나 경신했단다.


나는 더위에 약하다.

벌써부터 긴장된다.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온 사람들은 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인의 옛집, 어린 시절을 보낸 범어천.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는 모두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시인은 말했다.


자신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찾아 대구로 왔지만,

우리는 우리 삶 속에서

저마다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딸과 함께 걷고 있지만

우리는 각자의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딸은 늘 공부만 하던 아이였다.

그건 내 탓이다.


힘들까 봐, 안쓰러워서

집안일 하나 시키지 않았다.

‘나처럼 살지 말고

능력을 키워 훨훨 날아가야지.’

그 마음 하나로

책상 앞으로 등을 떠밀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

지금부터 미리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딸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나이만 먹고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건,

완벽을 바라는 내 욕심일까.


아이도 답답한가 보다.

“엄마가 다 해주더니 갑자기 왜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나도 할 수 있는데.”


서로의 말에 짜증이 올라오면

우리는 입을 다문다.

가시 돋친 말이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너무 잘 알기에.


그러다 몇 분 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팔짱 끼고 나란히 걷고,

같이 수다 떨며 웃는다.

엄마와 딸이란,

늘 가까웠다 멀어지는 고무줄 같다.

그 거리를 예측할 수 없기에

사랑도 애증도 넘실거린다.


일관성 없는 사이,

그러나 끊어지지 않는 끈.


티격태격하며 떠난 이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을 담아 올 수 있을까.

딸과 나

고무줄처럼 서로를 감아쥐고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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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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