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오기 전, 각자의 자리
다음 날 아침, 떠오르는 해를 맞으러 바다로 달려가는 A와 B, H를 따라나섰다.
하얀 파도가 푸른 바다에서 튕겨 나왔다. 해변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었다.
바다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을 지녔나 보다.
빨간 등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여인들을 담는다.
보이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게 내 일이 되었다.
진정 담고 싶은 건 이미 없고 손가락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
잠깐 떠올렸다가 이내 지워버린다.
바다 멀리서 파도와 노는 사람도, 해도, 연인도, 몇 명의 아줌마도, 너무 다정해 괜히 얄미운 오리 한 쌍도 담는다.
이렇게 귀한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나를
스스로 다독인다.
어느덧 세상에 혼자 남은 나도,
이제는 부자라고.
해안가의 작은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이름을 알 듯 말 듯한 생선구이가 끊임없이 나왔다.
“이게 웬 횡재야!”
여인들이 함성을 질렀다.
역시 생선은 바다에 와서 바다를 보며 먹어야 제맛이다. 비린내는 바다에 묻히고,
출렁이는 바다가 통째로 입에 들어왔다.
신선한 아침.
짭조름한 생선처럼 입에 착 감기는 바다의 맛.
행복해진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힘겨운 날들을 잠시 잊었다.
그저 파란 바다와 맛있는 생선, 여유로운 포만의 시간만 있었다.
기세를 몰아 설악의 권금성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달려온 A와 미스터리한 신비의 여인 D는 처음 타보는 케이블카에 마냥 설레어했다.
차례를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있던 일곱 명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창밖으로 쏠렸다.
저쪽 커플은 누가 봐도 부부였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휴대폰에 푹 빠져 있었다.
이쪽 커플은 적당히 나이가 있어 보였는데 눈길이 불길했다. 누가 봐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내 붕어처럼 쪽쪽.
“에고, 그래봤자 순식간이지.”
이구동성으로 말해놓고도 부럽다는 눈치들이다.
그렇지. 사랑보다 좋은 게 또 어디 있겠나.
권금성에 올라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쯤이면 조금 가까워졌으려나.
그와 나의 거리가.
바위에 올라 포즈를 잡는 여인들을 담고,
슬며시 그와 함께했던 지난날도 담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모두 풀어놓으리라.
강원도를 담았던 그 순간의 행복을, 비워낸 마음을,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사랑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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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자유#돌아오는 길#일상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