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광경원, 휴휴암, 그리고 다른 삶
점심을 먹고 주문진 바닷가를 찾았다.
방탄소년단이 무심한 듯 앉아 있던 그 정류장 앞에서,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 포즈를 흉내 냈다.
시크한 척,
그러나 어딘가 쓸쓸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여자들처럼.
포즈는 익숙했고, 웃음이 먼저 터졌다.
단체사진은 지나던 아저씨가 달려와 찍어주었다.
보는 사람도, 보여주는 사람도
모두가 웃느라 정신없었다.
다시 길을 떠나 휴휴암으로 향했다. 아름답고 멋진 자리에 앉은 절은 의외로 소란스러웠다.
모 재벌그룹과의 분쟁 때문이었다.
사정이 어떻든, 그 이야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장소마저 돈으로 계산하려는 욕심. 자연은 그저 자연일 뿐인데.
부처님은 이 일을 어찌 보고 계실까.
그래서 문득,
믿고 싶은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현명한 선택이 나오겠지...
어스름한 저녁, 숙소 광경원에 도착했다.
아담한 건물에 와인 창고까지 갖춘 이곳의 대표는 젊은 건축설계사였다. 파도를 즐기는 그는 참 당돌해 보였다.
와인을 마시며 H가 준비한 모니또를 나누고
기타와 피아노가 자연스럽게 밤을 채웠다.
K는 음악 선생이다.
피아노와 우쿨렐레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랑스러운 여인.
연주를 듣던 젊은 대표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돈은 벌려고 하지 말고, 만들어야 해요. 직장 다니면서 버는 돈이 얼마나 힘든데요. 구속받지 않고, 얽매이지 않으면서 사는 게 제 꿈이에요.”
그는 양양이 서핑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일하다가도 바다로 달려가 파도를 탄다.
초등학생 아이들조차 능숙하게 파도를 즐긴다고.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확실히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며 그의 얼굴이 빛났다.
꿈을 꾸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이곳에 건물을 짓고, 사람들이 모이고, 파도를 즐기다 보니 마을이 생겼고 관광지가 되었다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 친구들이 찾아오고, 공연을 하고, 파도를 타며 이제는 삶의 터전이 되었다는 이야기.
사람들의 삶은 정말로 제각각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늘 다른 세계를 건네준다.
나는 그를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처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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