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작품이 되기로 했다
다음 코스는 구 하우스였다.
아홉 명의 작가가 각자의 작품을 전시해 둔 카페. 문을 열자마자 선물 코너부터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작품을 보는 척하다가 어느새, 시선은 전시물보다 우리에게 더 오래 눈이 머물렀다. 사진을 찍고, 찍히고, 서로의 포즈에 웃음이 터졌다.
작품 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이런 걸까. 관람객과 전시물의 경계가 슬쩍 무너졌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의자인지, 기구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널려 있었다. 몸의 무게로 중심을 옮기자 의자는 쓰러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았다.
돌아가는 의자에 누워 하늘을 봤다.
겨울인데도 하늘은 이상할 만큼 푸르렀다.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파란 하늘에 흩어졌다.
겨울바람이 가슴을 시리게 파고들었다.
그 시림이, 싫지 않았다.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서.
강원도에서의 첫 끼는 간결하고 담백한 한정식이었다.
까탈스러운 A가 무심한 듯 말했다.
“한정식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나물 몇 가지, 젓갈, 된장찌개, 잡채, 조기 한 마리.”
J가 바로 받아쳤다.
“그렇죠. 한정식은 다 거기서 거기죠 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 어디를 가도 한정식은 비슷비슷하다. 그 한계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숲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대나무숲 아래 작은 너와집 하나가 나타났다.
햇살 아래 고즈넉하게 앉은 집.
마치 오래 비워두지 않은 고향집 같았다.
차려진 밥상은 어머니가 해주던 바로 그 맛이었다. 떡만둣국, 생선, 김치, 청국장, 그리고 몇 가지 반찬
말이 줄어들었다. 괜히 숟가락만 오갔다.
잠시 후 A가 조용히 말했다.
“아… 맛있네. 친정 온 기분이야.”
J가 다시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러니까요. 한정식이 다 거기서 거기죠 뭐.”
그 말에 여자들은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고단했던 날들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날은,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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