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편 -3 뜨거운 대구, 서늘한 마음

평행선 위의 여행

by 바람처럼

교촌치킨에서 치맥으로 더위를 달랜다.

딸은 치킨, 특히 교촌치킨을 아주 좋아한다.

나는 그다지.

치킨은 늘 속을 불편하게 만든다.


들었다 놨다 하는 엄마를

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그래도, 딸이 즐거워하니

엄마도 즐겁다.


대구의 교촌치킨 본점은

국내, 아니 세계 최대 규모라고 했다.

거대한 벽화와 열렸다 닫혔다 하는 지붕을

사장님은 자랑스레 소개한다.

하지만 내 손은 어색하게 무릎 위에 얹혀 있다.


곧 이어진 오페라 공연.

국내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두 명의 성악가.

그들의 무대는 진심이었고, 감동이었다.


아름다운 재주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 무대 위로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했을까.


당당하고 자신 있는 태도는

그 시간들이 빚어낸 결과였다.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부라보! — 남자에게,

브라바! — 여자에게,

부라비! —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찬사.

공연장을 채운 박수 소리에

공기도 뜨겁게 물들었다.


하지만 치킨 앞에선

우리 모녀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입맛이 다르고, 취향도 다르다.

그래도 서로를 이해하려 애쓴다.

평행선도, 오래 나란히 가면 관계가 된다.


치맥 파티 후엔 수성못으로 향했다.

야시장을 둘러볼까 했지만,

덥고 피곤했다.


대구의 자랑, 수성못.

밤이 되자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딸은 지쳤는지 툴툴댄다.

우리는 무작정 걷다가

벤치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가는 걸까.


못 한편에서

세계 금메달리스트들의 다이빙 묘기가 펼쳐졌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감탄했고,

우리는 그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편하지 않았다.


이 먼 나라까지 와서

저들은 몸을 던지고 있었다.

환호를 받기 위해,

대가 없는 헌신처럼.


딸은 그들의 웃음 뒤에 감춰진

피에로 같은 쓸쓸함을 읽었다.

나도 그 순간,

그들의 재능이 ‘묘기’로 소비되는 장면에서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지만,

우리만이

어딘가 씁쓸한 감정 속에 있었다.


짧은 순간,

우리는 마주 보았다.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을 응시했다.

평행선처럼,

닿지 않는 듯 이어지는 위로.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문득

낮에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인간의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찾는 순간, 고통은 고통이 아니게 된다.”


그 말을

입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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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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