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애기단풍이 아는 척이다

by 바람처럼

겨울비 그친 아침


눈부셨던 애기단풍이 화단에 널브러져서도

화사한 척이다


노을빛 미소로 발그레져

발에 밟혀도

아는 척이다


고개 들면

하늘 향하던 가지는

쭉 뻗어 미끈하다


그늘에 늦되다

잘린 가지는

괜찮은 척이다


가방을 손에 꼭 쥐고 출근하는

나 또한

괜찮은 척이다


늦어도

천천히,

천천히,

제 몫을 다하다가


가지째 내쳐져서도

나를 보곤

아는 척이다


단풍 한 장

손바닥 위에 올린다


빛을 향해 버티던 마음

살짝 잡아본다


오늘도

빛나는 척,

단단한 척,

씩씩한 척


말없이

내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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