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메시지

시침 뚝 뗀 얼굴

by 바람처럼


길가에 수북이 쌓였다

김 노인의 물건,

‘버려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바람에 흔들리는 비닐봉지처럼 출렁거렸다


죽은 자의 유품들은

하늘만 멀뚱하니 올려보고 있다


김 노인은

뒷짐 지고 마당만 돌던,

안으로 안으로만 품던 사람이었다


끝내,

아들도 딸도 젊은 연인도 두고

혼자 가버렸다


집은 그대로다

풍경도, 담장 위 고양이도, 이웃의 수다도

단지

고요가 그의 빈자리를 쓱 메웠을 뿐


누군가 망설이다

물건 하나를 집어 든다


아, 다행이다

김 노인의 삶, 누군가의 손에 닿았다


그건 어쩌면

“죽기 전에 좀 나눠 쓰고 그래!” 하는

김 노인의 뒤늦은 절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메시지가

아들도, 딸도, 젊은 연인도 아닌,

엉뚱한 내게 날아들다니—


그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다


이제 내 눈에 들어온 건

유품이 아니라 미션이다


나눔과 비움,

그 어렵고 멋진 숙제


길 위의 쓰레기는

이틀이 지나도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그건 여전히

김 노인의 말풍선이었다


“버리기 전에 좀 나누지 그랬어—”

하는, 시침 뚝 뗀 얼굴의



매거진의 이전글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