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도 때로는 슬픔이다

나도 이제 그것을 안다

by 바람처럼

내 안의 바닥이 훤히 드러날 때

애써 퍼올린 단어들은

손바닥 위, 한 줌의 먼지였고

그마저도 나만의 언어가 아님을

너도 아닌,

내가 먼저 알아차렸을 때


겹겹이 껴입고 나선 광장 한복판

민낯의 부끄러움이

먼저 나를 껴안았다

무기력한 나를

타인도 아닌

내가 먼저 들여다본 순간


“괜찮아요.” “잘했어요.”

그 말들이 불씨처럼 번져

내 안의 침묵을

서서히 잿더미로 바꿔갈 때까지—

나는 끝내

말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미소 띤 손길이

다시는 닿지 못할 거리였다는 걸

잡고 나서야 알았다


앞만 보고 걸어도

등 뒤가 저릿한 건

그 눈길이

이별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

나는 이제,

그것을 안다


매거진의 이전글예의 바른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