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사람들

우린 그저 배가 고팠다

by 바람처럼

우리는 예의 바른 사람들이다.

먼저 노크는 못 했지만

문이 없었으니, 실례는 아니었다.


토마토 같은 집에 살고 있던

작은 생명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실례할게요.”


하지만 그 집은 꽤 아늑했다.

지붕은 말랑하고, 벽은 따뜻했고

무언가 꿈틀거렸지만

그건 잠깐의 저항일 뿐이었다.


우린 그저 배가 고팠다.

집이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었다.

복숭아도 있고, 가지도 있고,

산도, 바다도, 도시도—

다 집이었다. 누군가의.


그래서 그냥 입에 넣었다.

버둥대는 널 집어내고,

천천히 씹었다.


미안하단 말은

삼킨 다음 해도 늦지 않다고

누군가 말했으니까.


그리고 오늘 아침도

우리는 예의 바르게

또 다른 집을 향해 나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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