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나는 별들에게

시리우스 2 -안에서도 균열은 존재했다

by 바람처럼


“한 달에 한 번, 엄마들도 사회생활 좀 해봅시다.” “우리 반 엄마들이 한 달에 한 번쯤은 모여서 친목도 다지고, 정보도 좀 나누면 어떨까요?”


담임 선생님의 학기 초 권유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제안이 나왔다. 처음엔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서빈 엄마는 가장 망설였다.


가게 일도 바빴고, 낯선 사람들 틈에 끼는 것도 서툴렀다. 여기 엄마들은 말도, 옷차림도 달라 보였다. 한 발 늦게 웃고, 한 발 먼저 움츠리는 게 그녀의 습관이었다.


하지만 찬희 엄마가 특유의 쿨한 말투로 말했다. “같이 다니면 돼. 혼자 두지 않을게.” 그리고는 팔짱을 끼었다.


그 말 한마디가, 굳게 닫힌 마음에서 뭉툭한 용기를 꺼내주었다.


그렇게 모인 인원이 열다섯. 이름하여, ‘시리우스’.

반 담임이 아이들에게 종종 쓰던 편지 문구, “빛나는 별들에게” 에서 따온, 가장 밝은 별의 이름이었다.


모임은 예상보다 단단하고 유쾌하게 굴러갔다. 카페도 갔다가, 전시회도 가고, 가끔은 맛집 투어도 했다. 누군가는 정보 공유라 불렀고, 누군가는 ‘명문고 엄마들의 커뮤니티’라 불렀다.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

의사나, 자영업자, 은행지점장도 있었지만 모임 안에서는 모두가 ‘누구 엄마’였다. 공평했고, 조심스러웠고, 은근한 비교와 긴장이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엄마들 사이의 속 깊은 유대감으로 바뀌어갔다. 교사나 직장인도 있지만

그녀들 대부분은 가족만 바라보는 주부들이었다.


아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지성고 특별반’에 들어갈 정도면,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성적표는 상위 1%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서로 경쟁하듯, 공부와 생활기록부를 채워나갔다. 담임 선생님까지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별처럼 빛나는 '특별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균열은 존재했다.


특히 서빈이는 처음부터 숨이 막혔고 답답했다. 시골 중학교 출신, 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던 그에게 ‘선행학습’은 언어가 아닌 외계어였다. 수업이 끝나면 혼자 기숙사에서 문제집을 붙잡고 씨름했다. 서서히 떨어지는 성적, 줄어드는 말수.


그런 아들의 모습이 문득, 시리우스 모임 중 떠올랐을 때— 서빈 엄마는 숟가락을 놓고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특별반인 건 맞잖아요.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


누군가 웃으며 던진 그 말은 농담처럼 흘러갔지만, 서빈 엄마의 마음속에서는 꼬리처럼 달라붙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모임의 맏언니는 욱이 엄마. 늘 산에 다니는 듯한 건강미와 차분함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녀의 존재는 시리우스의 중심 같았다.


그 아래로, 중간 허리 역할을 하는 멤버들이 있었다. 한이 엄마는 잘 웃고 말을 예쁘게 했고, 찬희 엄마는 쿨하고 똑 부러졌다. 준이 엄마는 감성적이었고, 성우 엄마는 조용한 관찰자였다.


그리고 막내라인에는 지현·석이·서빈 엄마들이 있었고 다른 엄마들도 곁을 채워 함께했다.


서로를 다 알지는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를 알고, 때로는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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