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3 사람들은 슬픔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다음 해 봄, 시리우스에 슬픈 이별이 찾아왔다.
철우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모두가 ‘괜찮다’는 말에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래서 그 소식은 더욱 참담했다.
같이 앉아 밥을 먹고, 아이 성적표에 웃고 울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건 현실이라기보단, 허무한 이야기 같았다.
장례식장.
검은 상복에 붉은 눈가로, 시리우스의 엄마들이 조용히 줄을 섰다.
서빈 엄마는 하얗게 부은 철우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저릿했다. 그리고 그 옆, 굳은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는 철우 아버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떼면 울음이 먼저 터질 것 같아 모두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슬픔은 그렇게 가슴에 덜컥 앉았지만, 시간은 무심했다.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고, 계절이 바뀌자 시리우스의 수다는 다시 이어졌다.
어느 날 모임 자리에서 누군가가 소식을 전했다.
“철우 아버지, 재혼했대요.”
“뭐? 벌써?” “철우 이제 고3이잖아?”
“그 시기에 재혼이라니… 하긴, 역시 남자는 달라.”
조금의 침묵. 그리고 다시 수군거림.
서빈 엄마는 말없이 커피잔을 굴렸다. 철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난히 조용했던 아이. 항상 문제집보다 창밖을 오래 바라보던 아이.
‘지금쯤, 잘 지내고 있을까?’
하지만 어느새 그 이야기도 서서히 모임의 화제에서 사라졌다.
서빈 엄마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슬픔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철우네도 그렇게, 시리우스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그리고 모임은 계속된다.
명품 가방, 새로 문 연 카페, 어느 학원 원장이 도대체 어떤 강사인지까지— 대화 주제는 늘 아이에서 세상으로, 세상에서 다시 아이로 흘렀다.
처음엔 숨이 막혔던 이름들. 샤넬, 프라다… 모를 땐 괜히 위축되었지만 이제는 웃으며 넘길 줄도 알게 되었다.
서빈 엄마는 문득 느꼈다. ‘이상하다… 난 아직도 이 모임에 낯선데, 또 이 모임이 없으면 공허하다.’
지현 엄마는 여전히 분위기 메이커였다.
특히 큰아들은 Y대 경영학과라는 어디 가도 빠지지 않을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랑보다 웃음을 더 자주 꺼냈다.
“그래도 애들이 잘해줘서 내가 늙을 틈이 없다니까!” “큰애는 연애한다고 바쁘고, 작은애는 또 뭘 해야 할지 모른대… 내가 다 해줘야지 뭐.”
그런 말 뒤에 숨은 조금의 허기를 서빈 엄마는 느낄 수 있었다.
‘아, 이 사람들도 결국… 아이를 내려놓고 나면, 다시 여자다.’
그들은 여전히 매달 한 번, 자리를 마련했다.
맛집에서, 갤러리에서, 공방에서.
이야기 주제는 변해도 함께 있는 시간만은 여전히 따뜻했다.
특별반도 2학년이 되면서 문과와 이과로 흩어졌지만 시리우스의 모임은 계속 이어졌다.
‘시리우스.’ 그 이름은 이제 자식들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을 견디는 연대가 되어 있었다.
이 모임이, 어쩌면 우리 인생의 마지막 사춘기였는지도 모른다.
서빈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날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1년을 무탈하게 보내고, 아이들이 3학년으로 올라 간 그해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