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별

시리우스 4 -그냥 갈래요. 시간 낭비는 싫어요

by 바람처럼


“내 아이는 어디쯤 와 있을까.”


밤하늘 별을 세듯,

서빈 엄마는 아들이 어디쯤 와 있는지 헤아려 보았다.

2008년, 서빈이가 대학에 들어가던 해부터 내신등급제가 적용되었다. 세상은 분주했지만, 시리우스의 시간은 입시라는 하나의 시험대 앞에서 길고 더디게 흘렀다.

명문고의 '특별반'이기에 더 절망했고, 마음까지 힘들 수밖에 없었다. 몇 명은 일반고로 전학도 갔다.

수시가 안되면 정시로라도 가야지 다짐하는 아이들.

그건 또 쉬운가?


2005년 도입된 ‘내신등급제’는 수험생과 부모의 마음을 모래밭처럼 뒤흔들었다. 총점이 아니라 등급으로 줄 세우는 그 처음 세대가 바로 서빈이네였다.


총점 대신 등급으로 줄 세우는

낯선 규칙 속에서 아이들은 실력보다 운에 울고 웃었다.

서빈이의 가장 친한 친구도 그 한 줄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시리우스 엄마들은 그 시절을 함께 건너왔다. 합격 발표가 나던 날, 누구는 눈물을 삼켰고 누구는 기쁨을 숨겼다.


서빈이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 합격했다.

“재수하면 더 좋은 데 갈 수 있었을 텐데.”

한이 엄마가 농담처럼 던진 말, 그 아들이 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빈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자기 선택이죠. 후회는 없대요.”

그러나 그날 밤, 혼자 앨범을 꺼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자신감으로 빛나던 서빈이의 얼굴이 있었다.


“엄마, 그냥 갈래요. 시간 낭비는 싫어요. 난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합격증을 받던 날, 서빈이는 담담히 말했다.


“처음엔 내가 잘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애들은 이미 선행을 끝내놨더라고요. 선생님들은 그 기준에 맞춰 수업을 하고, 나는 그 기준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가느라 하루가 버거웠어요.


"축구하면서 버텼어요. 운동장이라도 없었으면 정말 숨 막혔을 거예요. 이제 막 적응되는데 졸업이네요. 일 년만 더 하면 따라잡을 수 있는데.”


그 말을 들은 서빈 엄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잘 나가던 아이가 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힘들었다는 걸, 그때는 정말 몰랐다. 늘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아들이었기에.


그러나 고난은 그 시절뿐, 서빈은 대학도 사회생활도

다시 빛나는 별처럼 반짝였다. 최선의 결과는 본인의 노력임을 지켜본 건 오직 서빈엄마뿐이었다.


모임에서 웃음이 한바탕 터질 때, 준혁이 엄마가 고창에서 가져온 고춧가루와 복분자 효소를 나눠줬다.


그 시댁은 대대로 부농이다.

일꾼을 두고 농사를 지었고, 시어머니는 아직도 김치를 담가 보내준다고 했다.


“너 전생에 나라 구했냐?” 지현 엄마가 농담을 던졌다.


지현 엄마는 모 은행 지점장인 남편덕에 여유가 묻어났다. 재치와 미모를 겸비한, 분위기 메이커였다.


“우리 지현이한테 ‘형은 잘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 고 했다가 한마디 들었잖아. 얘가 글쎄 그러는 거야."


"공부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래요. 부모가 좋은 유전자를 줘야 하는데 우리 집은 형한테 다 몰빵 했잖아요. 부모님이 반성하세요. 이러는 거야.”


엄마들이 깔깔 웃었다.


“그래서 내가 뭐라 했는지 알아? 네~~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드님. 했지 뭐야.”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그 순간, 서빈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 작아졌다.


서울대 동문 가족, 의사 집안, 교수 부부, 은행원 부부, 그리고… 자신.


남편은 여전히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고, 본인은 그 가게를 틈틈이 돕고 있다.


‘부모의 유전자가 아이의 운명을 결정하는 걸까… 아니면 결국, 환경이라는 게 그런 걸까…’


그 질문은 서빈엄마 마음속에서 오래 메아리쳤다.

그날밤, 서빈엄마는 창 밖의 별 하나를 오래 올려봤다.

흔들리는 빛이, 왠지 자신을 닮은 것 같았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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