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즐기며 살자
2006. 9. 10. 19:31
일요일 아침
휴식과 안락함을 뒤로하고 딸아이 손을 잡고 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시험장은 집에서 가까웠다. 예전엔 수원까지 다녔는데, 이번엔 송탄중학교라 한결 마음이 놓였다.
처음 가보는 학교라 코앞에 두고도 잠시 헤맸지만, 먼 곳에서 온 차량들을 보며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는 교실로 들어가 시험을 보고, 나는 운동장 밖 나무의자에 앉아 가을을 느꼈다.
오늘따라 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이곳저곳 앉은 부모들은 금세 십년지기라도 된 듯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았다.
둘러보니 대부분 학원을 통해 신청한 아이들이었고, 직접 인터넷으로 접수한 몇몇만이 부모와 함께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한 시간, 책을 읽고 학교 주변을 산책했다. 논길엔 고개 숙인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 가을이구나.
나무의자에 기대어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데, 옆자리에서 웃음 섞인 말이 들려왔다.
“이그, 차라리 내가 들어가 시험 보는 게 낫겠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한참 뒤,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딸아이. 그 얼굴이 가슴을 밝힌다.
그래, 우리는 그냥 즐기며 살자.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그것만 확인하며 나아가자.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었다.
[ 나도 은근 아이를 괴롭히는 부모였나?ㅎㅎ
그래도 늘 아이의 의견을 듣고 따랐지 강요나 지시는 없었다. 다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야기했고 결정은 아이 몫이었다. 지금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니 고맙고,
배움은 사는 내내 끝이 없다.
어른되면 노는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