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5개월 만에 아빠집에 방문했다.
아이의 방학에 어디 좀 쉴 곳은 없을까
하며 간 곳이었다.
아침부터 무더우니 외출하자
아빠가 샤워하러 들어가서는 찬물로 씻는지
냉탕에 폭포수 맞는 아저씨처럼 으어 하며 소리를 낸다.
7분쯤 지났을까
샤워하던 욕실 문이 열리고
내 이름을 부른다.
수건이 다 떨어졌나 싶어
수건 갖다 줘? 물어보니 아니란다.
"여기 이 컨디셔너가 뭐고? 몸에 바르는 거가?"
그 말에 흠칫 놀랐다.
아니 그거 머리에 쓰는 거지 린스 같은 거야 린스
"아 맞나"
그제야 다시 문이 닫히고 물소리가 들린다.
문이 닫히고도 생각이 많아진다.
그럼 도대체 저걸 이제까지 어떻게 쓴 건지 참
저걸 언제 사놨는지, 이제껏 쓰지도 못한 건지
누구한테 물어볼 때도 없었나
엄마와 자식의 부재로
아빠는 아무한테도 묻지 못하고
아무도 알려주지 못해
샤워할 때마다 컨디셔너 늪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