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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아닌, 죽방카세 저녁을

죽방렴에서 잡은 해산물을 그대로

by 수달


사천에만 있는 메뉴


얼마 전, 사천에 출장을 갔다가,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었다.

바닷가 근처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이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멀리 사천까지 오셨으니,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음식을 드셔보시죠."

"'죽방카세'라고 들어보셨나요?"


"'죽방카세'? , 처음 들어보는데요."


"일식집에서 주방장 마음대로 하는 요리를 '오마카세'라고 하는 건 아시죠?"

"남해에 멸치를 잡는 '죽방렴'이 있는데, 여기서 그날 잡힌 해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랍니다."






직원의 안내로 찾아간 곳은 일반 식당과 사뭇 달랐다.

겉으로는 식당인지, 가정집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담벼락에 이름만 빼면.


"발막횟집"


식당 앞에 바로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죽방렴'이 있다. 주인아저씨가 매일 고기를 잡아오는 곳이란다.


KakaoTalk_20250818_150509978.jpg 죽방렴에서 잡은 재료만으로 요리하는 식당


KakaoTalk_20250818_150047651.jpg 죽방렴을 오가는 어선 정박대(왼쪽)와 바다에 고정된 죽방렴(오른쪽)


죽방렴?


남해에서 옛날부터, 고기를 잡아온 전통방식이란다.

참나무 기둥과 대나무를 이용해, 삼각형 모양 깔때기를 바다에 설치한다. 이 깔때기에서 밀물과 썰물에 따라 떠내려오는 멸치,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잡는다.



계절에 따라, 그날그날 물 흐름에 따라 잡히는 어종도 달라진다.

기대가 되었다. 과연 오늘은 어떤 해산물이 잡혔을까??







바다가 차려주는 저녁


살아서 펄쩍펄쩍 뛰는 보리새우가 먼저 나왔다.

가을철 서해안에서 많이 먹는 것은 양식한 것으로 "흰 다리새우"라고 한다.

반면, 보리새우는 남해바다에서 잡은 자연산이다. 살아 있는 새우를 바로 까서 먹으라 하는데, 눈망울이 초롱초롱해 먹기가 영 부담스러웠다. 결국 보다 못한 주방장님이 새우튀김으로 만들어 주셨다.


다음에는 '호래기'가 나왔다.

아주머니가 "기절한 호래기"라고 설명한다. 몸에 작은 반점이 있는데, 이게 반짝반짝 색깔이 변하는 걸 보니, 정말 신선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꽃게 찜"도 나왔다. 서해에서 자주 보는 꽃게와 모양이 같은데, 크기가 훨씬 컸다.



집 나갔던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것이 "가을 전어"라 했다. 요즘 사천에서는 "여름 전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여름전어와 함께 작은 병어를 함께 뼈째 썰어(새꼬시) 나왔다.


이외에, 멸치젓갈, 돌문어 숙회, 전복 버터구이 등등, 다양한 해산물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다금바리 생선뼈를 푹 고아내어 국물이 뽀얀 "다금바리 지리탕"과 식사가 나왔다.


일반 횟집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해산물이 많았다.


특히 재료의 신선도는 어떤 식당도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이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주인아주머니가 설명을 해 주었다. 그날, 그날 집 앞에서 잡아온 식재료를 90% 이상 식탁에 올린다고 자랑하셨다.



살아 있는 보리새우, 호래기, 꽃게찜, 전어와 병어회




죽방렴 하나에 6억?


죽방렴은 사천과 남해 일대에 주로 설치되어 있다.

다른 말로는 '어살'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그 이전 고려시대에도 이 죽방렴을 고기잡이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과거 함경도나 강원도에서도 죽방렴으로 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이제는 남해와 사천지역에만 20여 개 죽방렴이 남아 있다.

국가에서는 이를 '국가 중요어업유산', '명승',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한다.



현재 20여 개 죽방렴이 남아 있는데, 추가로 면허를 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죽방렴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죽방렴은 자손에게 물려주기도 하고, 아주 간혹 거래가 되기도 한단다.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설치된 위치에 따라 고기가 잡히는 정도가 다르고, 가격도 차이가 크다.



최근에 거래된 가격은 최하 2억 원, 최대 6억 원에도 거래되었다고 한다.


죽방에서 잡히는 고기의 종류나 양도 시기에 따라 전차만별이다.

평균 잡아, 한 개의 죽방에서 잡히는 해산물 가격이 하루 20만 원 내외로 가정해 보았다.

20만 원이 작은 것 같아도, 한 달이면 600만 원, 일 년에 7천만 원, 십 년이면 7억 원 수입이 된다.



주방에서 힘들게 요리하던 주인아주머니가 엄청 부자라는 걸 알았다.

죽방렴 거래 가격을 듣고 보니,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님 수준의 기업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문화재라 하면, 철저하게 보전하고, 사람이 가까이 가는 것도 막고는 한다.

하지만 죽방렴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명승으로 보호는 하지만, 시설을 이용해 직접 고기잡이를 한다. 덕분에 죽방렴의 진가를 맛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했다.



사천에 여행을 가신다면, 꼭 한번 맛보세요.


국가 명승, "죽방렴"이 차려주는 바다만찬을....



KakaoTalk_20250818_164506409.jpg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 죽방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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