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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하기와 일주일 살기가 다른 점?

by 수달


일주일 살아볼 기회


한동안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엄청 유행했었다.


제주도는 자연이 아름답고, 육지와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지로,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인기가 많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달 시간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직장을 퇴직하면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도전하고는 한다.


나도 그런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30여 년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면서, 새로운 직장에 바로 재취업이 되었다. 퇴임식을 하고서, 이틀이 지난 후, 바로 새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했다. 평생 꿈꾸어 왔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해 볼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회가 왔다.


4월 말에 제주도로 2박 3일 출장을 가게 되었다. 출장 이후 휴일이 연달아 이어졌다. 5월 1일 노동절로 시작해서, 토요일과 일요일, 5월 5일 어린이날, 5월 6일 석가탄신일(대체휴일)까지 계속되었다. 중간에 하루만 휴가를 내면, 제주에서 8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드디어 도전하게 되었다, 제주도에서 일주일 살아보기를.




KakaoTalk_20250708_152255123_01 (1).jpg 제주에서 일주일 살기 한 빌라 숙소, 인근 마을 나무, 여름 귤(하귤)


KakaoTalk_20250708_151549024_06 (1).jpg 주인집에서 키우고 있는 다육이들





일주일 살기, 숙소부터 다르다?


먼저 일주일 살기를 할 숙소부터 찾아보았다.

일반 여행자 숙소는 호텔이나 펜션을 주로 이용한다. 이런 숙소에서 오랜 기간 머물기에는 비용부담도 크고, 취사나 빨래 등 생활하기에도 불편한 점이 많다.


한 달 살기를 주로 하는 숙소가 따로 있었다. 이들 한 달 살기 숙소를 임대해 주는 최소 기간이 일주일이었다. 최소한 7박 이상을 하는 조건으로만 이런 숙소들의 임대가 가능했다.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 근처에 있는 빌라를 예약했다.


18평 규모에 방 두 개, 거실 겸 주방, 화장실이 있는 방이었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살기에도 편리했다. 임대료도 4인 기준, 7박에 70만 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그런데, 미처 예상치 못한 비용이 있었다. 숙박업소가 아닌 단기임대이기에 다른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청소비 3만 원, 공과금 7만 원, 서비스이용료 8만 원(숙소 소개 비용), 보증금 10만 원(나중에 환불)을 추가 지불해야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불이나 베개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가지고 오든지, 아니면 임대해 주는데, 인당 2만 원 추가 부담해야 했다. 결국은 숙소비용이 70만 원으로 저렴하다 생각했는데, 전체 부담이 100만 원 가까이 들었다.




살아보기 숙소를 처음 이용하다 보니, 불편하게 또 있었다.


일반 숙소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소모품이 하나도 없었다. 수건도 개별적으로 가져와야 했고, 샴푸와 린스도 가져온 걸 써야 했다. 화장실에는 화장지조차 없다. 주방용 세제도 사야 했다. 숙소에 공동 사용하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데, 여기에 사용할 세제와 섬유유연제도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비용보다도, 일주일 동안 사용할 작은 용량을 구할 수 없는 게 더 문제였다. 큰 용량의 제품을 사면, 남은 걸 비행기 수하물로 싣고 가야 하는 게 부담이었다. 그래서, 주방 세제를 하나 사서 쓰면서, 세탁기용 세제는 따로 사지 않고 주방세제로 대신 사용했다.


한 달 이상, 오랜 기간 살기를 하는 분들은 문제가 없다. 당연히 본인이 원하는 제품으로 구매해서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처럼 일주일 살기를 하는 이들에게는 좀 더 배려가 필요하다. 샴푸와 린스, 세탁기 세제와 섬유유연제 정도는 주인집에서 준비했다가, 빌려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불편한 것은 여기까지다.

제주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들은 이전과 다르게 좋기만 했다.


이틀 업무출장을 마치고, 제주도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 4일은 아내와 장인어른까지 3명이 여행을 했다. 주말에는 두 딸이 합류해, 5인 가족이 여행을 했다.




첫째 날,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군산 오름"에 찾아갔다.

제주도 전체에 약 370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군산오름은 높이가 330미터 정도로 높지 않다. 정상부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고, 여기서, 5분 정도만 걸으면, 정상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여기서 서귀포 마을과 제주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올망졸망 제주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제주바다에서 한가로이 고기잡이하는 배들도 볼 수 있었다. 멀리 한라산의 모습과, 제주도의 전체 모습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KakaoTalk_20250708_152255123 (1).jpg 서귀포에 있는 군산오름, 여기서 내려다본 제주 바다와 마을



둘째 날,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용머리해안을 1시간 넘게 바닷가를 걸으면서, 바다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조각품을 감상했다. 산방산의 웅장한 모습도 용머리해안 바닷가에서 바라보니, 더 위압적이고,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용머리 해안을 다 걸은 후에는 산방산 아래에 있는 커피숍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다시 용머리 해안 바닷가 풍경을 음미했다.



KakaoTalk_20250708_153218686.jpg 산방산, 용머리해안으로 가는 길, 해안가 기암괴석




여행하기와 살아보기가 다른 점


제주도에 여행으로 왔을 때는, 항상 시간에 쫓겼다.


산방산을 바라보면서, "오~~~ 웅장하네"

용머리 해변에 와서는, "오~~~ 바닷가에 바위가 멋지네"

그리고는 다음 일정에 쫓겨서, 그냥 이동하기 바빴다.



이번에는 달랐다.

비록 일주일이지만, 제주도에 살고 있으면서, 제주의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산방산을 보면서, 앞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아래에서 보고, 해안가를 걸으면서 또 보았다. 지질공원에 대해 설명해 주는 해설판도 꼼꼼히 읽어보았다.



"바로 인접해 있는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의 생성시기가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둘 다 화산 활동에 의해 생성되었지만, 형성된 시기와 지질구조에 차이가 난단다.


산방산은 약 80만 년 전, 한라산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용암돔(dome)이다. 현재는 화산 활동이 멈춘 휴화산이고, 제주에서 한라산 보다 먼저 만들어진 몇 안 되는 화산체 중의 하나라고 한다.


용머리 해안은 약 180만 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바닷속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굳으면서 만들어졌다. 특히 용머리 해안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지형 중 하나라고 한다.




산방산, 용머리해안은 지질학적인 특이성과 경관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지질공원"(UNESCO GEOPARK)으로 지정되었다.


여행을 왔을 때는, 그냥 훑어보고 스쳐 지나쳐갔던 곳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찬찬히 들여다보고, 차를 한잔 마시면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껴보는 여유를 가졌다. 새삼스레, 제주도가 참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보배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음엔, 한 달 살기를


이른 아침에는 숙소 주변으로 동네 산책도 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큰 가로수도 정겨웠다. 담벼락 하나도, 화산석을 쌓아 올린 것으로 육지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광이었다. 이런 자잘한 정경들 때문에 제주 올레길이 유명해지고, 한 달 살기, 일 년 살기로 제주를 몸으로 느껴보려는 분들이 많이 늘어간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10월부터 노지 귤을 수확하는 시기가 되면, 일손이 부족해진단다.

그래서, 제주도로 여행을 와서, 일주일 동안 귤밭에서 일하고, 여기서 번 돈으로 한 달 살기를 하고 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도전해 보아야겠다.

귤 따기로 여행비용도 벌어가면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좀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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