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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가장 좋아하는 섬은?

by 수달


통영 홍도


바닷가에서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 이름은?

정답은 "괭이갈매기"다. 이 괭이갈매기가 가장 좋아하는 섬이 있다는데, 어딘지 아시나요?

통영에 있는 "홍도"라는 섬이란다.


홍도?

섬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흑산도 홍도를 떠올릴 것이다.

홍어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이 전남 흑산도이고, 흑산도 옆에 있는 섬이 홍도다. 흑산도 홍도는 경치가 아름다워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곳은 흑산도 홍도가 아니라, 통영에 있는 홍도다.

"통영 홍도"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고,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통영 홍도는 괭이갈매기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섬이란다.

사람이 살지 않고, 출입조차 금지된 덕에 갈매기가 살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게 된 것이다.


홍도는 통영에서 배를 타고 50분 정도 먼바다에 있다. 국립공원공단에서 지정한 특별보호구역이며, 환경부가 지정한 특정도서이고, 국가유산청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섬이다.


홍도에는 등대 외에는 인공 구조물이 없다. 보호구역이라 일반인 출입도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다 보니, 괭이갈매기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에 "가장 좋은 번식지"가 되었다고 한다.



통영 홍도, 섬 전체에 갈매기 배설물이 허옇게 묻어 있다




괭이갈매기?


지난 5월 말, 통영에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를 방문했다.

괭이갈매기 식생을 조사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배를 타고, 통영 홍도에 들어갔다.


육지를 떠나 40분가량 배를 달리자, 작은 돌섬이 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섬이 가까워지면서, 새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까~아악, 꺄아아 악~~~"

괭이갈매기 울음소리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수백, 수천 마리가 넘는 갈매기가 동시에 울어대고 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니, 많을 때는 한 번에 10만 마리가 넘는 갈매기가 이 섬을 찾아오기도 한단다.


왜 이름이 괭이갈매기(black-tailed gull)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울음소리가 고양이 울음소리와 비슷하다 해 "괭이갈매기"라는 이름이 지어졌단다. 예부터 고양이를 줄여서 "괭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란다.


괭이갈매기는 꽁지깃 끝에 검은 띠가 있어 다른 갈매기와 구별된다. 영문 이름(black-tailed gull)에도 이런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괭이갈매기를 "검은 꼬리 갈매기"로 부르기도 한단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 곁을 지키고 있는 괭이갈매기들


갑작스러운 침입자 방문에 놀라 경계하는 괭이갈매기들





갈매기 천국, 홍도


우리 팀이 홍도를 방문했을 때, 많은 갈매기들이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돌보고 있었다.

대부분 알은 부화된 상태였고, 어린 새끼 근처에 어미 갈매기가 지키고 있었다.


선착장에서 내려 등대가 있는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갈매기 둥지가 많이 있었다.

그 곁을 지나가려 하자, 갈매기들이 침입자를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크게 내었다.


앞장서 걸어가던 여성 직원에게는 갈매기가 똥을 싸고, 모자를 부리로 쪼기까지 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낳은 알이나, 새끼를 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했다.


중간중간에 죽은 갈매기 새끼도 발견할 수 있었다.

부화과정에서 병이 났거나, 경쟁에서 밀려난 탓인듯하다. 우리가 섬 주변을 관찰하는 동안에도 수컷 갈매기가 새끼 갈매기를 쪼으며 공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수컷 갈매기의 공격에 맞서, 어미 갈매기가 새끼를 지키려고 분주히 싸우고 있었다.


새끼를 없애버려야, 암컷이 다시 자기의 알을 낳아줄 수 있기에 그리 공격한다고 한다.

몸집이 큰 새끼가 작은 새끼를 공격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미한테 받아먹는 먹이를 독차지하려는 욕심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한다.



사람이 없다는 것 만으로 "괭이갈매기 천국"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많은 섬을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데, 한두 군데 정도는 동물에게 양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온해 모이는 갈매기들의 천국, 그 속에 자신의 새끼를 번식시키려는 경쟁이 있었다. 삶과 죽음이 한자리에 공존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만 마리 괭이갈매기 부모와, 새끼들이 함께 살아가는 "갈매기 천국, 홍도"

한국처럼 작은 국토에, 이리도 많은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곳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가는걸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사람과 야생동물의 공존,

함께 살아가는 세상,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야생동물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직접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KakaoTalk_20250618_102848046_02.jpg 괭이갈매기가 만든 둥지와 갈매기 알


알을 지키고 있는 괭이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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