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에는 교회를 간다.
집에서 교회까지는 멀지 않다, 자동차로 10분,
가족이 같이 움직이면 좋은데, 나는 아침 8시 모임이 있어, 먼저 출발한다.
처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런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정류장까지 걸어가고, 버스 기다리고, 빙빙 돌아가고...
너무 지루하다.
다음에는 세종시 공용자전거를 이용했다.
상쾌하고 편하다. 시간도 15분 정도로 빠르다. 제천변을 따라, 꽃구경, 경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전거 맛을 본 후로, 버스는 아예 타지 않는다.
한 번은 시간 여유가 있어, 걸어가 보기로 했다. 자전거보다 시간은 많이, 40분 정도 걸렸다.
걸어가면서 보는 경치는 또 다르다. 자전거를 탈 때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정겹다.
제천변을 헤엄치는 피라미, 먹이를 찾아 개천을 헤엄치는 흰뺨검둥오리 가족,
먹이 사냥하는 왜가리도 만난다.
한 번은 제천변을 걸어가다 깜짝 놀랐다.
멀리 녹색 잔디밭 위에 무언가 둥그런 물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움직임이 없어서, 처음에는 모형인가 했다.
웅크리고 있는 모양과 분위기가 마치 '야생의 사자(Lion)'를 닮은 것 같았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멀리서 보는 실루엣은 상당히 비슷했다.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보니, 고양이다.
일명, '치즈냥이'.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도망은커녕, 내게 다가와 내 다리에 자기 몸을 비빈다.
"이건 뭐지?"
"처음 보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딸 아이한데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엄청 부러워한다.
"아 ~~~, 나도 아침 일찍 걸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치즈냥이 애교 부리는 것도 보고"
다음 주 금요일, 집에 왔는데, 딸아이가 무언가를 건네준다.
"이게 뭐야?"
예전에 고양이를 키울 때 종종 보았던 건데, 딸아이가 불쑥 건네니, 무언가 했다.
"츄르~~~"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
츄르 하나를 가방에 넣고, 주일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간식을 준비하고 나가면, 항상 있던 고양이도 만나지 못하게 된다던데"
한참을 걸어가는데, 항상 만나던 자리에 냥이가 보이지 않는다.
'딸아이 이야기가 진짜인가?'
'정말 오늘은 못 만나게 되는 건가?'
주변을 찬찬히 뒤지며 걷다가, 드디어 찾았다.
사자를 닮아 놀라게 했던, 그 치즈냥이가 다리밑에서 쉬고 있다, 친구와 함께,
처음에는 조금 경계하는 듯했는데, 츄르맛을 보고는 달라졌다.
덩치 큰 두 냥이가, 츄르 하나로 번갈아 맛을 보려니,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야생에서는 구하기 힘든 간식을 맛보았으니,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아~~~ 이래서 천변에 있는 냥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이래서, 지난번 나한테 다가와, 몸을 비볐구나, 간식 달라고."
이후 일요일 아침이면, 서둘러 집을 나서게 되었다.
가급적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곤 한다.
제천변에 살고 있는 동물 친구도 만나고, 계절마다 바뀌는 야생화도 보고, 걸어가면서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제는 일요일, 집을 나설 때마다 기대가 된다.
치즈냥이, 고양이 친구, 피라미,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등등....
"오늘은 또 어떤 친구를 만나게 될까?"
"치즈냥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