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에게 화를 낸 진짜 이유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어"

by 수달



"00 이가 그러는데, 아빠가 요즘 자기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같데요"


한 달 전, 일본 오사카로 가족여행을 하던 중,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왜 그런 얘기를 했을까?"


그때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지난 토요일, 교회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 쑥 캐러 가자는 큰딸과, 벚꽃 구경 가자는 둘째가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한치 양보 없이 다투는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버럭 화를 냈다. 일정이 잘 조정되면, 큰 딸과 같이 쑥을 캐러 가겠다 했다. 그런데, 두 아이 모두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 의견만 반복해 주장하는 걸 듣다가, 갑자기 역정이 났다.


"너희들 사소한 일로 자꾸 싸울래?"

"나는 쑥 캐러 안 갈 거야, 기분 상해서, 벚꽃 구경도 안 갈래"


이 사건 이후, 기분 좋은 토요일 일정이 모두 망가졌다.

그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얼굴 마주치기 싫어서, 운동하러 간다고 집을 나와서, 하루 종일 차 안에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 가족들 모두와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월요일부터 집을 떠나, 원주 관사로 왔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 회사까지 걸어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본 여행 때나, 쑥 캐는 건이나, 별로 화낼 일이 아닌데, 왜 그리 화가 났을까?"

걸으면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 맞아, 그래서 화가 났던 거야. 얼마 전, 김창옥 님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있었어. 부부가 싸움을 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했어."


"기대는 내가 던진 부메랑과 같아서, 돌아올 때 나를 때린다."

내가 짜증을 냈던 이유, 쑥 캐러 가겠다는 사소한 논쟁에 역정이 났던 이유, 며칠 동안 아이들 얼굴 보기도 싫었던 이유, 그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큰 딸아이에게 바라는 게 많았기 때문이야"

"원래 그런 걸 잘 못 하는 아이인데, 나는 그걸 잘해주기를 바랐던 거야"


큰 딸은 남자처럼 약간 무뚝뚝하고, 세심하지 못한 성격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안내한다거나, 기분 좋게 대화를 풀어가는 걸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일본여행 때 가이드 역할을 하는 딸아이가 더 세심하게 안내해 주길 바랐던 거다. 쑥 논쟁 때는 동생과 원만하게 대화로 타협하기를 바랐는데, 이게 안되었기에 짜증을 냈다. 원래 그런 걸 잘못하는 아이인데, 나는 좀 더 잘해주기를 기대하고 바랐던 거였다. 대학 졸업 이후, 취직을 못하고, 진로도 정하지 못해 "막연한 취준생"으로 지내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작용했던 것 같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은 간단하다.

더 이상 딸아이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렇게 하면, 사소한 일로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는 아빠"

"내가 원하는 걸 잘해주기를 바라고 기대하지 않는 아빠"

딸이 무뚝뚝하게 굴 때, 내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아 저 아이는 원래 저런 아이였지' 하며 이해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를 연습해야겠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 주는 것'이다"

김창옥 님이 한 말인데, 잊고 있었다.

이제는 딸의 뒤에서 나의 기대를 재촉하는 잔소리꾼이 아니라, 딸이 걷는 길을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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