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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 Oct 21. 2024

목포에서 먹갈치 아닌 은갈치를 잡아왔다.

갈치 낚시


지난주, 친구들과 목포로 갈치 낚시를 다녀왔다.

바다낚시를 좋아해, 배를 타는 '선상 낚시'도 다니고, 서해안 갯바위로 우럭낚시도 다닌다.

하지만, 갈치 낚시는 처음이었다.


갈치 낚시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배를 타고 하는 '선상 낚시'와 바닷가 근처 '갯바위 낚시'가 있다.

선상 낚시는 여수, 통영 쪽에서 많이 나간다. 배로 2~3시간 정도 나가 '먼바다낚시'라고도 한다.

뱃삯이 비싸, 보통 15만 원에서 2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먼바다라 파도도 심해, 멀미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 대신, 큼직한 '은갈치'를 아이스박스에 '한가득' 잡아올 수 있다. 물론, 항상 보장되는 건 아니고, 때론 많은 비용과 고생에 비해, 갈치를 많이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갈치는 사람의 손가락과 비교해 크기를 표현한다.

손가락 2개 정도는 작은 갈치로, '풀치'라고 한다. 손가락 3개, '3지' 정도 되면, 보통 먹을만한 크기로 친다. 손가락 4개, '4지 갈치' 이상 되면, 최상급으로 가격도 월등히 비싸진다.



배를 타지 않고, 갯바위에서 갈치를 잡는 방법도 있다.

배를 타는 수고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라, 큰 갈치는 많지 않고, '2지'나 '3지' 정도의 작은 갈치가 주로 잡히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 제약요인은 '집어등'이라는 장비가 있어야 한다. 강한 불빛을 물에 비추어, 멸치와 같은 작은 물고기가 모이게 하고, 이 먹이를 좇는 갈치를 낚시로 잡는 것이다.






빠지낚시? 


선상낚시의 비용과 멀미, 갯바위낚시의 장비, 이런 제약 때문에 그동안 갈치낚시를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들이 제안한 방법은 "바다좌대 낚시'였다.


목포 바로 옆, 해남에 '바다좌대'가 있는데, 갈치가 잘 잡힌단다.

육지에서 배로 5분 거리 바다 한가운데에, 좌대를 설치해 두었다. 15명 정도 낚시할 수 있는 공간에 화장실과 취사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좌대'라는 표현 대신, "빠지"라 부르기도 한다.



이 좌대에 발전기를 설치해, 밤이 되면 '집어등'을 환하게 비추어준다. 이 덕분에 주변에 있는 갈치들이 몰려오고, 이걸 낚시로 잡는 원리였다. 하룻밤 낚시 비용도 6만 원으로, 선상낚시에 비하면,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전남 해남에 있는 바다좌대, '빠지'


   

밤에 집어등을 켜고 낚시하는 모습


















은갈치와 먹갈치


광주에서 친구를 만나, 친구 차를 타고 해남에 있는 바다좌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친구가 나에게 물어본다.


"제주도 은갈치와, 목포 먹갈치가 어떻게 다른지 아니?"
"갈치의 종류가 다른 것 아닌가? 제주 은갈치가 더 고급이고 값도 비싼 것 같던데~"


친구가 말했다.

"아니, 제주 은갈치와 목포 먹갈치는 하나의 종으로, 똑같은 국산 갈치야"

"다만, 갈치를 잡는 방법이 낚시로 잡느냐, 그물로 잡느냐에 따라 달리 부르는 거야"



평소 낚시도 별로 안 다니는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믿기지가 않았다.


"에이, 설마 그럴까? 제주 은갈치가 얼마나 유명하고 인기가 좋은데?"

"제주 은갈치와 목포 먹갈치가 같은 종이라니, 전혀 아닐 것 같은데"


그리고는,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충격이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제주 은갈치에 비해, '목포 먹갈치'는 맛이 덜한 다른 종류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모두 같은 종류이고, 단지 잡는 방법이 다른 차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갈치를 낚시로 잡아 반짝이는 은분이 남아 있어 '은갈치'라 하고,

목포에서는 그물로 잡으며, 은분이 벗겨져 거무튀튀해 보여 '먹갈치'라 부른다."


제주도는 먼바다가 가까워, 고급으로 분류되는 '4지 갈치'가 많이 잡힌다.

반면, 목포는 가까운 바다에서 '2지'나, 3지' 같은 작은 갈치를 그물로 잡는다.

게다가, 낚시로 잡은 것보다 그물로 잡은 것이 신선도 면에서 불리한 차이도 있을 것이다.


목포에서도 가끔 4지 이상 굵은 갈치가 잡히곤 한다. 그런데, 아무리 크고 좋은 갈치를 잡아도, '먹갈치'라는 이름은 변하지 않는다. 외관이 조금 다르다 하여, '먹갈치'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품질이 낮을 것 같은 선입견을 주는 것은, 목포에서 고기잡이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포 은갈치를 잡았다.


생전 처음 갈치낚시를 다녀오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은갈치, 먹갈치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날 "해남 바다좌대 낚시"는 성공적이었다.

3지 정도의 제법 먹음직한, 먹갈치가 아닌, "목포 은갈치"를 20마리나 잡았다. 바다좌대에서 잡은 은갈치로 즉석에서 포를 떠서, '갈치회' 맛도 보았다.


잡은 갈치는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 집에 가져왔다.

평소 고기 잡아오는 것을 반기지 않던 집사람도 이번 에는 반찬거리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가족들과 함께 '은갈치 조림'도 먹었다. 제주 은갈치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맛이었다. 


이제 갈치에 대해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제주은갈치와 목포먹갈치가 같은 종이라는 것 알고 계신가요?"라고....


바다좌대에서 낚시로 잡은 '목포 은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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