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이야기이다.
병실에 환자는 나와 어떤 할머니 둘 뿐인데 할머니의 친언니가 간병인으로 계신다.
두 분 할머니께서 너무 귀여우셔서 나는 하루에도 속으로 깔깔깔 웃게 된다.
크게 두 가지만을 이야기하자면 바로 식사 문제와 수면 문제이다.
할머니들께서는 자주 무언가를 드시고 계시는 것 같고 드시지 않는 순간에는 무엇을 먹어볼까를 연구하시는 것 같다. 과일을 깎아 드시거나 빵이나 떡을 주로 드시고 유제품이나 갖가지 주전부리를 드신다.
가까운 시장에 언니할머니께서 가셔서 이것저것을 사서 나르신다.
입원 첫날에 항상 나는 컨셉을 잘 잡아야 한다. 실제 그러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는 환자처럼 굴어야 한다. 예의상 건네는 음식을 하나 받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그 챙김의 배려는 이어지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에는 주는 사랑이 정말 많은 할머니 한 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수시로 나를 먹이셨다. 사육당하는 기분이었는데 말투와 눈빛과 손길이 얼마나 따뜻한지 연락처를 받아내고 싶을 정도였다. 즉시 먹어야 하는 이유도 말씀 주시곤 하셨는데 낮잠을 자고 있는 나를 툭 깨우셔서 따뜻할 때 먹어야 한다고 붕어빵을 건네셨다.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비봉사몽간에 붕어빵을 뜯어먹고 앉아있었던 일을 추억하니 지금도 웃음이 난다.
지금 함께 하는 할머니들께 유일하게 얻어 마시는 게 있으니 바로 아메리카노! 언니할머니께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오셔서 내게도 나누어 주신다. 사실 커피 한 잔도 나는 배가 부르다.
문제의 웃음은 병원밥이 나왔을 때의 할머니들의 반응에서 나온다.
"입맛이 없어 죽겠네."
"밥 생각이 하나도 없네."
지금껏 계속해서 맛나게 드신 것은 기억하지 못하시고 밥 앞에서 입맛이 없다시며 걱정하시고 투정하시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셔서 웃음이 나는 것이다.
입맛 없이 산다는 건 어쩌면 잘 먹고 살아간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나처럼 무료하다는 것은 근심 없이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또 한 가지 웃음은 수면 문제이다. 할머니들은 잠을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세 번을 주무신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그 땡이 어쩌면 수면이었는지도 몰라! 싶은 거였다. 열어진 창문을 보면 비가 오고... 추억 돋는 노래가사가 생각나서 웃음이 나는 거였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시는 할머니들의 도란도란 이야기들에 나는 눈이 저절로 떠진다. 그 이야기 중에도 문제의 웃음이 등장한다.
"잠을 도통 푹 못 자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할머니들은 일찍 일어나셔서 일찍 피곤을 잡고 금방 또 졸음이 몰려오시는지 아침 먹고 땡! 하고서 한숨 주무신다. 나는 약간 늦게 일어나서 개운한 새가 되고 싶은데 밥도 일곱 시에 나오고 할머니 새들은 지저귀고...
나는 새소리에 눈을 떠야 하는 천생 자연의 일부인 것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방금 새로운 할머니 한 분이 지금껏 비워져 있던 내 옆 병상으로 들어오셨다. 만 67세, 굉장히 정정하시고 굉장히 귀여우시고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 몇 마디 주고받았는데 입담이 장난 아니시다. 발가락 골절환자이셔서 말하는 기력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시다. 나를 웃게 하시는 재주를 지니셨다. 귀여우신 새 한 마리가 이 아침에 내 곁에 아주 가까이 날아들었다.